결국 내가 용기가 필요해서
핑크머리, 뭉게구름 같은 아이
핑크머리, 뭉게구름 같은 아이
- ‘만다희’의 시작 -
브런치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핑크색 머리에 뭉게구름 같은 느낌의 캐릭터, ‘만다희’를 그려서.
왜일까?
아마도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나의 마음이,
이제야 조금씩 용기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 시간에 몰래 낙서를 하던 중학생 시절,
어느 날 독후감 숙제로 『어린 왕자』를 읽게 되었다.
내 기억 속의 어린 왕자는 조그마한 달 모양 행성 위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수채화 물감과 잉크펜으로 상상력을 더해 그림을 그렸다.
그 무렵 나는 자주 ‘우주’나 ‘달에 사는 나’를 상상하곤 했는데,
아마도 그 시절이 지금의 만다희가 태어난 첫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름은 이번 브런치를 계기로 붙였지만,
그 아이는 늘 내 마음 한켠에 살고 있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뭔가 해보자’는 용기가 다시 올라왔다.
그 용기의 시작은,
순수하게 그림을 좋아하던 중학생 때의 나를
기억해낸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사실 브런치에 그림이나 글을 올린다는 건
처음엔 막막했고, 애초에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내가 잘하는 게 뭐지?”,
“뭘 할 때 즐겁지?”
그런 질문조차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 작가들의 글은 하나의 불씨였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나도 뭔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달 전만 해도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입시그림 이후로 그림도 잘 안그려봤으면서..
뭔가 부족해.
비슷한 거 많을 거야…”
이런 생각들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조심스레 한 걸음 내딛고 있다.
회사 디자인 시안처럼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보면 정작 아무것도 못하게 되더라.
그래서 가볍게, 손 가는 대로, 짧게라도 표현해보기로 했다.
그림도, 글도 욕심내지 말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이제는 ‘몰라, 그냥 올려보자’는 마음이 천천히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 글을 올렸을 때,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줬다.
그 순간, 마음이 떨렸다.
올려놓고 괜히 긴장했던 나.
부끄러움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계속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거창하지도, 엄청나지도 않지만 이렇게 작은 글과 그림을 올리고,
누군가 읽어준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막상 내딛고 나면, 안도감과 함께 조용한 미소가 따라온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용기를 냈다.
잘했어, 나.
같이, 무겁지 않게 조금씩 용기를 내봐요.
앞으로 다른 그림들도
조금씩 올리며
이야기 나눠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