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스파크랩 데모데이
어제 온라인으로 스파크랩 데모데이가 진행됐다.
스파크랩의 엑셀러레이터 지원을 받고 있는 팀들의 데모데이 피칭이 주 이벤트였지만, 데모피칭 전후로 스타트업 씬에 종사하는 여러 관계자들의 강연이 있었고,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인상깊었던 인사이트를 사진과 함께 짧게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U can't touch this를 부르던 MC Hammer가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로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나는 본 행사날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도 더 그가 투자자로써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MC Hammer가 기술 투자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했다. 음악도 일종의 기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마이클 잭슨이 독특한 촬영기법과 화려한 무대 장치로 무대를 꾸몄듯이 현대의 음악도 기술이 배제되어서는 말을 할 수 없다. 특히나 음악의 상업화로 점점 사람들에게 음악을 'selling'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음악은 기술의 변혁과 맞닿아 있었다.
MC Hammer는 힙합 자체가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고 이야기했다. 개인이 컨셉을 잡고, 컨텐츠를 창조하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과정이 일종의 기업가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레코드 음반사, 매니지먼트 등은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사람들은 힙합 래퍼들이 만들어낸 컨텐츠를 소비하게 된다.
말을 듣는 내내 MC Hammer에게 극히 공감했다. 더 이상 음악이 순수한 예술의 영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한 산업의 발전이 타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변화들이 남의 얘기가 아닌 당장 나의 이야기이며 이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를 내다봐야 한다고 느꼈다.
또 MC Hammer 가 래퍼로써 쌓아온 내공을 스타트업 씬에 어떻게 활용하는 지에 감탄했다.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미디어를 잘 쓰는 것은 엄청난 도약이 될 수 있지만, 다들 미디어에 능숙하지 못하며, 어떻게 언론을 활용할 지에 대한 감각도 무딘 편이다. 그가 엔터테이너로써 가질 수 있었던 장점인 '미디어 친화도'가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위의 두 사진은 MC Hammer가 CSR에 대해 갖는 생각인데, 개인적으로 나의 의견과 일치해 캡처해 보았다.
사회적 책임은 거대한 것을 추구하는 건 아닐거라는 거. 궁극적으로 기업활동 또한 사람을 향하게 되는 것이라는 게 공감이 갔다.
현재 기술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여성 리더들이 모여 이야기 하는 세션도 있었다. 여성이기에 가졌던 고민들, 기업 리더이기에 가졌던 고민들을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인간적으로 배울 점이 상당히 많았던 대화라고 생각했다.
특히 인상이 깊었던 말은
이었다.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는 여성 자신의 불편함으로부터 시작하는 진정성이며,
일에 나태해지지 않는 끈기는 매일매일의 목적을 가지는 것이며,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문제를 해결할 적격자라는 자기 확신이며,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은 늘 팀을 위해 이야기를 하는 정의감이라는 걸 깨달았다.
여성으로써, 또한 리더로써 어떻게 팀을 이끌어가는지 마음가짐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세션이었다.
이번 데모데이 세션의 핵심은 바로 '변화에 대한 대응' 이었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 VC 투자 트렌드 전망' 은 데모데이의 마지막 세션으로 매우 훌륭했다.
쟁쟁한 VC 대표들이 입을 모아 동의한 점은 바로 COVID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에 덧붙여 코로나를 계기로 사회가 반등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미래까지 내다봤다.
현재 VC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B2B 엔터프라이즈 사업이었다. 현재 코로나가 B2B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지난 5년에 비해 클라우드 트랜스포메이션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B2B 사업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social 앱 또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socializing을 가능하게끔 하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단순 'Serendipity(우연)'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COVID가 단순 우연하게 다가온 팬데믹 상황이고, 우연이 지나고 나면 우리가 이때까지 준비해왔던 방향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우연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필연이었으며, 우리는 우연 이상의 가치를 찾아내고 발굴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도 또 다른 공황 상태가 올 것이다. 변화에 맞게 가볍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이다.
VC 대표들도 언급했듯이, 처음에 코로나에 대한 대응은 국가적 차원이었지만 점차 기업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개인으로 좁혀질 것이다. 이 때까지 내가 꿈꿔왔던 미래는 앞으로 없을 가능성이 높으며 다가온 새로운 미래에 대해 내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데모데이에 참석한 여러 스타트업의 피칭도 인상깊었다. 다들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줬고, 수치로 증명해냈다. 또 팀원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창업은 유지의 싸움이라고 느낀다. 그 때 가장 중요한 게 팀원들 간의 신뢰가 아닐까 생각한다. 창업 아이템 자체의 사업성보다는 그 창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며 성공의 문제는 팀원들의 의지와 열정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데모데이에 참석했던 기업 모두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보였으며 그 열정에 괜시리 따라서 의지를 다잡게 됐다.
MC Hammer 세션부터 시작해 세계적인 VC 들의 세션까지. 잠깐 무뎌졌던 감각을 예민하게 바로 잡을 수 있었던 좋은 행사였다. 현장에서 생동감을 전달받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퀄리티있고 알차게 진행된 행사여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년에는 대면으로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