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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tsbie Dec 28. 2020

MZ 세대가 바라본 '퀸스 갬빗', 짜릿한 히어로물

대리 만족 100%

주인공 베스 하먼은 미국 체스계에서 유일무이한 프로 여자 체스 게이머로, 세계를 제패한다. 넷플릭스 시리즈물 [퀸스 갬빗]은 어떻게 그녀가 체스 생태계를 지배했는지, 생태계의 끝에 올랐는지에 대한 영화이다.


이 서사. 굉장히 익숙하다. 체스에 관심을 갖게 된 등장배경부터 그녀가 실력을 키운 과정, 조력자들을 만나 실패에서 벗어난 과정, 짜릿한 승리라는 결말까지.

이는 우리가 아는 흔한 히어로물의 서사이다. 다만 '퀸스 갬빗'이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한 이유는 바로, 체스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것도 있겠지만 함께 베스 하먼이 MZ세대의 새로운 히어로였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MZ세대이며 시리즈물 '퀸스 갬빗'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한편으로는 MZ 세대들을 대표한 시각으로 분석해보았다. (*로튼 토마토 : 미국 영화 평점 웹사이트)



베스하먼은 현실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히어로물의 재미는 나와는 이질적인 사람들의 삶을 관망한다는 데에서 나오지 않는가!)


그녀가 가진 재능으로 대부분 영화의 서사가 이어지는데, 이는 이미 재능없이 태어나버린 우리에게 적용될 수 없는 말이다. 베스 하먼은 처음 체스를 접할 때부터 판도 파악 능력이 남다르다. 어린 나이에 수위실 아저씨를 단번에 이겨버리는 건 마찬가지고 심지어 여러 명의 남자들을 상대로 한 단체 체스 경기에서도 멋있게 승리를 거머쥔다. 그녀는 평범한 우리들과 다르게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건 현실 우리와는 다른 ‘천재 여성’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실패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 7개의 시리즈물, 총 420분의 러닝타임 동안 실패한 체스는 단 2번 보여준다. 그마저도 베스 하먼의 성공이 더욱 극적으로 보여지기 위해 연출된 실패이며, 베스 하먼은 실제로 2번의 실패 이후 패인을 철저히 분석한 후에 곧바로 승리를 거머쥔다. 이처럼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베스 하먼의 성공 경험에만 집중 조명한다.


게다가 '퀸스 갬빗'은 전체적으로 전개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사건 흐름을 방해하는 인물도 하나 없다. 베스 하먼의 천재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합쳐진 덕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짜릿한 쾌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게 MZ 세대가 베스 하먼에게 느끼는 '대리 만족감' 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베스하먼이 그녀의 능력으로만 오롯이 평가받기 때문이다.


남초인 체스 프로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성별이 언급되긴 하지만, 아주 최소한으로 언급이 된다. 그녀가 진정한 체스 마스터로써 본인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건 체스 실력뿐이다. 그녀의 집안 배경이나, 그녀가 고아라는 사실을 두고 비난하는 빌런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라는 이유로 깔보는 등장인물도 존재하지 않는다.쓸데없는 사족으로 평가받는 세계가 아닌, 철저히 능력에 기반해 평가받을 수 있는 드라마 속 세계는 현실 MZ에게도 이상적이다.


우리는 동경을 찾아 헤멘다. 

누군가는 내가 이루지 못한 이상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이뤄낸 성공과 그를 위해 노력한 것들에 대해 동경한다.



이번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최소라가 나왔다. 지난 한 해 가장 런웨이에 많이 오른 모델이며, 세계적으로 쟁쟁한 모델들을 다 제치고 원톱으로 우뚝 선 그녀의 커리어가 돋보이는 회차였다.


그녀가 가진 엄청난 재능과 그에 더해진 무수히 많은 노력에 대해, 그녀가 거머쥔 세계적인 성공에 대해, 시청자들은 기함하며 찬사를 보냈다. 이처럼 우리는 천재들이 노력까지 했다는 완벽한 성공 스토리를 선호한다.



MZ세대들은 그런 성공의 법칙을 믿고 싶어 한다. 물론, 열심히 살지 않고도 돈 버는 게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하지만 우린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그 노력에 상응한 결과를 얻길 바란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런 퀸스갬빗의 청쾌한 성공 스토리는 일종의 위로이다. 우리가 믿던 성공법칙이 진짜라는! 노력을 통해 성공을 한 후기들을 보며 우리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우리는 베스 하먼의 성공에 위로를 받으며 그녀들과 같은 주인공들의 성공에 크게 열광하고 환호를 보낸다.


베스하먼과 MZ세대는 다른 듯 닮아있다. 모두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성공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또 결점이 무수히 많다는 것도 비슷하다.



베스 하먼은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그녀가 겪는 좌절, 비굴한 생각들이 영화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찌질하게 약에 계속 손을 대기도 하고, 친구들의 무시하는 행동을 당하고 괜한 자격지심에 남자와 원나잇을 하기도 한다.


베스 하먼이 본인의 불안정함을 깨는  하나의 방법은 바로 연습이었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그녀는  손에 체스를 쥐고 있다.


히어로물을 보다보면 주인공들이 매일 내면의 갈등, 트라우마의 극복에만 몰두하기만 한다. 빌런들은 나날이 스탯이 높아지는데 히어로들은 훈련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항상 노오력에 익숙해져 있는 MZ 세대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 불안하다. 빨리 어서 훈련도 하고 노력을 해서 실력을 늘려야 할텐데 저렇게 노력도 안 하면 언제 빌런을 이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우리는 닌텐도 스위치로 하는 간단한 게임에서조차 빚을 갚으려고 무한 노동 동력을 돌리는 사람들이니까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퀸스 갬빗은 너무나도 속 시원했다. 베스 하먼은 내가 늘 히어로에게 바라는 것보다 그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내가 괜히 대리 불안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마치 우리들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베스 하먼에게 몰입하게 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베스 하먼이 어서 체스 경기를 많이 다녀서 빨리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열심히 연습한 만큼, 그녀가 힘든 가정사를 뚫고 지금 이 자리에 온 만큼, 그녀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퀸스갬빗을 보는 내내 우리는 어쩌면 우리 자신을 베스 하먼을 RPG(Role Playing Game)처럼 여기며 동일시 했을 수도 있다. 어서 빨리 이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을 거머쥐었으면! 베스 하먼이 성공길만 걸을 수 있도록!


모스크바 세계 체스 대회에서 우승한 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이동하는 차 안. 그녀가 입은 옷과 모자가 마치 여왕을 연상시킨다.


정말 치열하고 미친듯이 노력한 결과, 그녀는 정말로 세계를 제패한다. 베스 하먼은 모스크바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며,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초청도 받는다.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얻은 것도 물론이다.




우리는 재능을 찾아 헤매곤 한다. 내가 어딘가에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 있기를 바란다.

취직을 준비할 때, 이직을 준비할 때 수많은 곳에 이력서를 넣으며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는 거 같은 본인에게 실망도 한다.


내가 특출나게 뛰어난 재능이 있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베스 하먼처럼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베스 하먼의 서사는 그런 의미에서 욕구를 대리 충족해준다. 그리고 그런 천재들이 노력까지 했다는 스토리는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그래 그렇지. 뭐든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거지. 열심히 노력한다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우리가 늘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승리 공식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금수저로 시작해 성공한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게 아니라,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바닥부터 시작해 창업을 한 사람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드라마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지 않은 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주인공의 승리로 끝난 완벽한 해피엔딩 결말이었다. 비록 드라마 뒤에는 성공이 아닌 다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들의 히로인 베스 하먼 만큼은 행복한 엔딩 그 상태로 간직하고 싶다. 우리가 꿈꾸는 삶을 실현한 베스 하먼, 그녀의 이야기가 MZ 세대의 진정한 히어로가 아닐까 한다.


간만에 속 시원하게 전개되는 짜릿한 드라마였다.

베스 하먼의 여왕 데뷔극! 그 여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퀸스 갬빗'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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