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도서전 후기. 내가 사랑하는 브런치
운좋게 브런치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번 서울 국제도서전에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으로 도서전을 방문해보았는데, 첫인상은 굉장히 넓고 정신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부스도 굉장히 많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원하는 관람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보다 테마별로 깔끔하게 정리해놓았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성심당이 있었던 건 의외였다. 위치가 뜬금없이 B홀 입구 쪽에 있기도 했고, 도서전에 왠 성심당?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플래그쉽 스토어로 이벤트성의 느낌을 준 건 좋았지만, 오히려 '요리인류'나 요리책 저자 시연회 등 보다 개연성이 있는 팝업 스토어가 더 좋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심당 책이 있다는 사실도 이 날 처음 알았다.
한강 작가의 강연을 들으러 갔지만, 마이크 볼륨이 너무 작아 뒷자리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른 부스를 둘러보러 시선을 옮긴 순간, 브런치 부스가 바로 눈에 띄었다. 깔끔한 검은 배경에 반듯한 서체로 꾸며진 부스였다.
브런치 이용자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c.s 루이스의
글귀도 벽면에 있었다.
설레는 마음에 약간의 웨이팅을 견디고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감탄사가 나왔다. 브런치가 오프라인 서점이었다면, 딱 이런 모습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내가 생각했던 브런치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 부스였다.
부스 크기는 좀 작은 편이었고, 색다른 이벤트는 없었지만 내가 구독한 작가님들의 글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작가님들의 글을 키워드 별로 정리한 것도 세심했다. 10개의 키워드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랜덤으로 100명의 작가들 글 중 하나를 QR코드로 준다.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작가들 글 모음집을 주기도 했는데 심심할 떄마다 모음집을 뒤적이면서 글들을 자주 찾아 읽을 것 같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이후, 성실한 글을 쓰진 못했지만 생각을 정리할 때면 브런치를 찾아와 마음을 정리하곤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들이 꽤 많이 생겼다.
우선, 주변을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글을 쓰는 건 포장하는것과도 비슷하다.
사소한 소재의 글은 살을 붙이고 의미를 넣어서 쓰게 된다. 내 주변의 사소함에 의미를 불어넣고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된다. 거창한 소재의 글은 오히려 덜어내고 쓰게 된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소재의 중심 내용을 잡아내고 나머지 것들은 덜어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분석력이 생길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글쓰기는 기획과도 같은 것 같다.
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 분산되어 있던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 흔히 말하는 서론, 본론, 결론이 있지 않은가.. 기승전결이라던지.. 틀을 갖춰놓고 쓰다보면 마음속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다. 최대한 글의 개요를 짜고 쓰려고 노력하지만, 브런치에서는 왠지 틀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열하고 싶을 때도 있긴 하다.
또, 글을 쓰다보면 가볍게 고민을 털어버릴 수 있다.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던 잡념들이 텍스트로 옮겨져 시각으로 인지되는 순간,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막상 내가 했던 고민이 별거 아니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글을 호로록 쓰다보면 스스로의 해답을 얻는 경우도 있다. 마치 내가 남한테 고민상담을 해주면서 내 스스로의 고민상담도 해주는 느낌이랄까. 내 고민은 해결 못하는 경우가 많으면서 막상 남들의 고민상담은 술술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만들어간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글을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글을 쓰는 게 귀찮다가도 다시 브런치로 와서 글을 끄적이게 된다. 내년 도서전에도 브런치 부스가 있다면, 주저않고 가서 브런치만의 감성을 느껴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