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리~팜플로냐 20.4km
Zubiri~Pamplona
축제 이틀째였던 어제의 수비리는 광란의 밤이었다고... 잠실에서 온 한나씨랑 론세스바예스에 만나 어제와 오늘 같이 걷는 걸로 약속했는데 하룻밤사이 수척해진 그녀가 잠을 한숨도 못자도록 수비리 그 좁은 광장에서 밤새도록 폭죽과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내가 예약한 숙소는 광장과 서너블럭 떨어져 있어서 조용했지만 한나씨는 며칠째 여러가지 사유로 잠을 못자서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이른 시간 출발을 감행해 보는데 오늘부턴 그저 맑음이라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최대한 걸어두어야 함이다.
수비리를 갓 벗어난 초반에는 억새밭길로 우측에는 시멘트 공장지대가 이어지고, 연이어 목장지대를 지나면 다시 한적한 숲길에 오른쪽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숲길과 목초더미를 잔뜩 쌓아놓은 목장지대의 풍경이 더할나위없이 풍요로워서 세상 근심걱정을 잊게하는 한가로움이다.
고개를 또 한고비 넘어서 울사마강의 중세 다리를 건너면 마리스따수도원인데 몇몇 순례자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었지만 오늘 숙소가 3일 전의 팜플로냐대성당 앞인지라 팜플로냐 대성당 저녁미사를 염두에 두고, 순례자스탬프만 찍고 나와서 다시 팜플로냐로...
늘 그렇지만 막바지 4km가 젤 힘들고 지루하다.
보조배낭이 터지도록 담은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앞으로 멘 간식보따리는 어깨끈이 자꾸 흘러내려서 성가신데다가 저녁대비로 마트에서 장까지 봤으니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눈치없이 급한 용무는 또 어쩔거임ㅠㅠ
그래도 불가능할것만 같았던, 두시간 버스로 이동한 팜플로냐~생장 그 100km 가까운 거리를 3일만에 해내고야 말았다는, 아직까지는 계획한 일정대로 잘 움직여주는 건강한 팔다리에 경의를 표한다.
알베르게플라자케세드랄 19유로
마트 6유로
와인 2.79유로
세탁 4유로
합계 31.79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