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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Aug 06. 2024

8/5 까미노 4일차

팜플로냐~뿌엔떼라레이나 24.1km

Pamplona~Puente la Reina


첫날 두려움의 극치였던 생장~론세스바예스 구간을 함께 걸어준 맨발의 김선생님은 팜플로냐에 발이 묶였고,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에서 만나 이틀을 함께했던 잠실의 한나씨도 컨디션 저조로 쉬어가기로 한다.


팜플로냐에 대기중이던 내 완전체 배낭, 약 14kg에 달하는, 을 지고 새벽 5시50분에 나홀로 길을 나선다.


동이 트기도 전, 아직은 팜플로냐 도심을 걷고 있는데 울산에서 오신 선생님이 합류한다. 워낙 발이 빠른 분이라 먼저 가셔도 좋다고 했으나 약 1시간 가까이 워밍업하신다고 나와 보조를 맞춰주신다.

 이 길에 와서 느낀 건 한국인이 몹시도 많다는 것, 유럽을 제외하곤 한국인이 으뜸이다.

제주 올레길과 결연관계라 그런건지 의문이지만 너무 어린 중고생들이 자발적으론지 부모님 등 떠밀려선지 이 어려운 길에 와서는 입내밀고 어거지로 걷고 있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

저 나이엔 대한민국 국토대장정을 먼저 보내야지, 부모님의 허영심과 아이들의 무지로 이역만리에 와서는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어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한테도 밝은 인사 한번 건네지 못하는 이 순례길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약 5km 가까이 Cizur Menor를 앞두고 울산에서 오신 분은 피치를 올리겠다고, 뿌엔떼라레이나보다 조금 더 가보겠다고 먼저 가시고 홀로 걷는 길, 너른 구릉지대의 들판과 이제는 끝물인 해바라기밭 위로 해가 밝아오는데 어쩜 스페인은 일출마저 푸른끼가 일도 없이 너른 들판이 마젠타로 뒤덮인다.  

황홀하게 아름답기도 하고, 해가 뜨거워지기전에 어서빨리 걸어야겠다는 마음도 교차한다.

두시간 이상을 내리 걸어서 배낭무게와 함께 앉고 싶은 마음이 절실할 때 나타나준 돌벤치에 완전체 배낭을 내려놓고 사과 한알과 레몬마테차를 녹인 물을 맛있게 마시며 꿀같은 휴식을 취한다.

다시 걷는 길, 소도시 Zariquiegui에 다다르니 성안드레스 성당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협 성남지부 작가이신, 최근에 영면하신 고 염계성작가님의 명복을 빌어드리고 순례자크리덴셜에 도장 하나를 남긴다.

오늘의 길이 약 24km인데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방심하는 사이, 용서의 언덕이 가로막고 있을 줄이야ㅠㅠ 끝없는 오르막길을 걷다가 지쳐서 15분 길바닥에 쉬어가면서 다시 땀에 젖은 발을 말린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용서의 언덕은 좀, 실망스럽다. 그치만 용서할 것보다 용서받을게 많은 처지니 바로 어제만 해도 나 힘들다고 김샘, 한나씨한테 짜증투성이였던 걸 반성하고 앉았는데 외국인들 얘기에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서울이 9700km 거리란다.

그 많은 도시중 서울이 표기된 것도 놀랍고, 미심쩍어서 구글맵 거리 측정해보니 9600얼마로 얼추 근사치다.


용서의 언덕을 내려오는 길도 참 쉽지 않다. 동그랗긴 해도 한시간 이상 이어지는 자갈길, 그늘과 의자가 시급한데 도통 나오지를 않고, Uterga에 들어서니 분명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고 나오는데 오픈된 가게는 보이질 않아서 패스하고 꾸역꾸역 다음 마을 MURUZÁBAL에 들어서니 반가운 BAR

Los nogales 화살표가 보이고 잰 걸음으로 다다른 그곳에서 생맥주와 또르띠야로 허기를 채운다.


오늘의 종착지 Puente la Reina까지는 채 5km도 남지 않아서 방심했는데 식당을 나오자마자 머리 위 강렬한 태양이 열기를 내뿜는다.

오늘도 어제처럼  최종 5km가 극한의 난이도다.

그래도 다행인건 완전체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긴 해도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정도?

묵어가도 될지 피해가야 할지 노선을 정하려고 저렴한 공립알게르게를 미리 체험해보고자 예약했는데 샤워실도 열악하고 대만 중국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역시 공립은 피하는걸로, 내일 에스떼야는 공립알베르게보다 두배이상 가격으로 미리 예약해둔다.


성당 2유로

맥주 또르띠야 4.5유로

공립알베르게 9유로

마트 13.8유로. 생수 이온음료 맥주 빵 사과 프링글스


합계 29.3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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