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떼야~로스아르꼬스_21.5km
Estella~Los Arcos
에스떼야 는 꽤 큰 중세 도시로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연박을 해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도시에 입성하는데 온통 하얀 옷에 빨간 스카프, 벨트, 백, 슈즈로 치장한 남녀노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알고보니 8월첫주가 라바하디까델뿌이라고 하는 전통축제가 열리는 시기라고 한다.
어느 도시든 축제땐 볼거리가 많은 반면에 새벽까지 소음으로 피해를 보기 마련인데 어젯밤도 예외는 아니었으니 3시무렵 왁자지껄하게 구호를 외쳐대며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는 아이들 소리에 잠이깨서 뒤척이다 5시부터 배낭을 꾸려 길을 나선다.
역시나 깜깜해서 헤드랜턴이 절실한데 몇번이나 쓰겠어하고 다이*표 저렴이를 가져오면서 필요없으면 버릴려는 생각이었는데 제일 유용한게 헤드랜턴이라 다음 큰 도시에선 데카트론 매장을 들러봐야겠다.
에스떼야에서 멀지않은 외곽 아예기마을엔 열려있는 호텔바에 샌드위치가게도 있었지만 패스하고 이라체로 향한다.
이라체에는 어쩌면 까미노에서 제일 유명한, 내 걸음도 이쪽으로 향하게 했던 와인 수도꼭지의 이라체샘이 위치한다.
혹시라도 지나칠까봐 까미노 앱에다 구글맵으로 크로스체크하면서 갔는데ㅠㅠ 너무 이른 시간인지 오른쪽 수도꼭지의 물만 나오고 완쪽 수도꼭지의 와인은 작동되지 않는다.
안그래도 순례자들 사이에서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다 떨어져서 못먹었다는 사람들이 많다더라 했었는데 너무 일찍 가도 못먹는건 매한가지라 급 실망이다.
오픈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가던 길을 갈 수밖에⁉️
이라체샘과 이라체수도원을 지나 10분쯤 걸었을까, 까미노맵이 양쪽으로 걸라지는데 둘다 까미노인건 맞고 오른쪽이 주된 길인 듯, 직진코스는 옛길인 듯하다.
사람들 피해서 한적하게 걷고 싶은 마음에 직진했는데 이 선택이 나쁘진 않았다 해도 그 이후 3시간 이상의 고행길 시작이었다.
오른쪽의 작은 도시 두세곳을 들르지않는 산길에다 어두우니 무서운 생각도 드는 길을 한시간여, 순례자 한명도 못보고 걷다가 산길을 벗어날 즈음에 웬일인지 뒤에서 나보다 먼저 출발했던 외국인이 부엔까미노로 인사하며 추월해간다. 오른쪽길을 갔다가 되돌아 방향을 바꾼건지 불가사의하군 하는데 그 사람 앞으로도 서양인 커플이 걷고 있는 게 보인다.
옛길을 택한게 나만은 아니었던 게다.
그렇더라도 이 길, 참 지루하다.
출발한지 두시간 반만에 오른쪽과는 다른 도시 Luquin이란 조그만 마을에 들어섰는데 열려있는 상점이랄게 없고 마을 중심에 물을 보충할 수 있는 수도꼭지와 나무그늘 아래 원형계단이 있는데 그 곳엔 이미 몇명 서양인들이 차지하고 휴식중이다.
조금 더 가도 뭔가 나오겠지란 생각에 그곳을 지나친 걸 두고두고 후회한 하루, 까미노가 이렇게 불친절한 곳이라니, 내 엉덩이를 아무 곳에나 내려놓을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애타게 벤치 하나라도 나타나길 학수고대했지만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면서 가는 그 길 어디에도 앉을 곳은 없었다.
제주 올레길에선 지나치게 많은 정자와 경관을 해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의자에다 욕설을 퍼부었다면 까미노에선 어쩜 포도밭에 원두막 하나 없는지 욕나오게 정떨어지는 마음이다.
저 언덕만 넘으면 뭔가 있겠지를 서너번, 헛웃음만 나올 무렵에 푸드트럭 1km앞 안내표지판이 그렇게 반가울 일이야.
그런데 어느샌가 한참 전의 마을에서 계단을 차지하고 쉼터를 독차지했던 아마도 스페인현지 순례자들이 또 왁자지껄하게 뒤따라오길래 이번에도 저들에게 뺏길 순 없지 하고 잰 걸음으로 1km를 더 걸어 푸드트럭 앞 야외탁자에 엉덩이를 내려놓은 시간이 무려 9시가 넘었으니 4시간 가까운 시간을 꼬박 14킬로 배낭을 지고 걸은 셈이다.
수고한 나에게 시원한 맥주와 에그치즈샌드위치로 너무 소박한 대접을...
까미노는 먹을 걱정이 절반이다.
숙소에 입소해서 씻고나면 시에스타시간이라 점심 패스, 저녁은 대체로 7시 이후 오픈이라 나처럼 식사는 사먹는거지 해먹는게 아니라는 주의는 힘든 일정에 배까지 곯거나 슈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맛없는 먹거리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한달이면 다이어트는 성공하겠으나 그렇게까지 뺄 살은 없다는⁉️
오늘은 다행이 숙소에서 석식 포함이라 7시까지 대기중. 호세아저씨 배고파요...
음~~ 저녁 먹으면서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저녁이후였습니다. 전채요리 샐러드와 메인요리인 소세지와 무언지 헷갈리는 곡물이 들어간 걸쭉한 스프에 레드와인, 후식으로 아이스케잌인 스페인 가정식에 함께한 중년의 스페인 두 부부와 이탈리안 여성, 그리고 나까지 6며이 함께 한 테이블에서 3할밖에 못알아들어도 얘기가 통했고 이탈리안 여성의 강추로 바로 옆 산타마리아 성당의 저녁 미사는 그 자체로 은총의 시간이었다.
사실 오늘 내내 난 피에트라강을 찾고 있었다. 파울로코엘료의 그 피에트라강이 곁에 있다면 그곳에서 목놓아 울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강을 찾느라 어이없게 까미노길도 놓쳐서 현지인의 지적으로 몇백미터를 되돌아갈 때에도 눈물이 넘칠 것 같았다.
울고 싶으니 울 일만 생긴다고 4시간을 휴식없이, 절대로 의자 아닌 곳에 내 엉덩이를 내려놓지 않은 같잖은 오기로 하루를 버텼다.
산타마리아성당의 미사는 그모든 아픔에도 불구하고 내 응석을 다 받아주는 은총의 시간이었다.
신부님께서 어디서 왔냐며 한국어로 된 순례자의 기도도 들려주셨다.
내일도 힘내어서 산티아고까지 순례의 여전을 이어갈 힘이 팍팍 샘솟는다.
점심 6유로. 에그치즈샌드위치 맥주
숙박 26유로. 숙소15 석식10 세탁1
마트 3.65유로. 맥주 이온음료
성당 2유로
합계 37.65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