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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Aug 09. 2024

8/8 까미노 7일차

로스아르꼬스~로그로뇨_27.9km

Los Arcos~Logroño


순례자의 기도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던 아브라함을 칼대오 땅에서 불러내시고, 그가 방황할 때 보호해주신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티아고 길을 걷는 당신의 종 저희를 보살펴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가는 여정 동안 저희의 동행이 되어주시고,

갈림길에서는 저희의 인도자가 되어주시고,

피로로부터 저희의 휴식처가 되어 주시고, 위협으로부터 저희를 지켜주시고, 가는 여정에 저희의 쉼터가 되어 주시고, 더위에 저희의 그늘이 되어 주시고, 어둠 속에 저희의 빛이 되어 주시고, 좌절로부터 위로와 안식을 주시고, 계획을 위해서는 이루고자 하는 강인함을 주소서.


당신의 보호로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고, 여정 뒤에는 기쁨과 함께 무사히 집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당신의 은총을 내리소서. 언제 어디서나 저희와 함께 하시는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성령으로 하나되어, 전능하신 천주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산티아고(사도 야고보)사도,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성모 마리아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사도 야고보

성가대석 정보. 17세기


어제 저녁 8시 미사에 신부님이 나눠주신 순례자의 기도문을 헤아리며 새벽 나선 길에 성당의 모습을 다시한번 담고 있는데 느낌상 한국인 같은 분이 서계시다 같이 걷기 시작한다. 몇걸음 걷다가 인사하면서 약 한시간을 어둠속에서 같이 걷게 된 분은 나보다 하루 늦은 8/3 생장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일정이 촉박하고 파리를 경유하다 하루를 손해본데다 산티아고 도착후에 피스테라 묵시아까지 도보예정이라 어제도 약 37킬로, 오늘도 내 목적지인 로그로뇨보단 더 가보겠다고...

나이를 떠나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더 스스럼없이 자기 모습을 보이게도 되는 건 왜일까. 짧은 시간동안 H그룹 계열사의 임원진이라는 그분도 또 나도 이런저런 살아온 얘기들을 주고받는다.

그치만 그분의 발이 워낙 빠른 탓에 먼저 가시라고 천천히 따라가겠다 했는데 아점이후 그분을 또 만나게 되어 역시 한시간 가량을 같이 걸으니 오늘 하루의 만남이라도 여운이 남을 것 같다.

해가 반가울땐 딱 일출직전에서 일출까지뿐, 넘치는 아름다움에 멍때리다가도 저 해보다 먼저 움직여야겠단 생각으로 마음이 바빠진다. 니가 내 머리꼭지 위로 올라오기전에 오늘의 종착지까지 가고야 말겠어.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길을 비슷한 얼굴들과 인사하면서 걷는데 한국 사람들도 하나둘 탈이 나기 시작한다.

전문직 종사자인 S군, S예대출신의 Y군도 발바닥에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서 하나는 10여킬로를 버스로 점프하고 하나는 슬리퍼 차림으로 절룩거리며 로그로뇨로 향하는 고갯길을 내려가는 뒷모습이 안쓰럽다.  

누가 저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순례자의 시처럼 저 높은 곳에 계신 분만 아시겠으나 부디 순례자의 기도처럼 여정뒤에는 기쁨과 함께 무사히 집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당신의 은총을 내리소서


그래도 오늘은 하늘에 뭉게구름도 이쁘게 생겨나서 며칠동안 비현실적으로 새파란 하늘에 대한 싫증을 날려주고 간혹보다 자주 시원한 바람도 불어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다소 긴 여정인지라 어두울때 지나친 산솔은 그렇다고쳐도 작은 도시 둘은 벌써부터 감흥없이 지나치고 비아나에 이르러서야 안도감 속에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로그로뇨까지 거리상 가장 길게 28km를 걸은데다 헤드랜턴을 사겠다고 3.5km의 데카트론매장을 갈때는 걸어서 올때는 버스로, 저녁을 발바닥 물집으로 고생중인 S군과 먹겠다고 1km를 왕복했으니 오늘 적어도 33km는 걸은 셈이라 발바닥에 열이 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탈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저녁을 혼자 먹기가 싫어서 비아나에서 물집때문에 버스로 점프한 S군한데 연락해서 이른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길, 마트에도 들르고 스페인 교통사고라는 신기한? 광경도 목격한다. 저건 뭐지. 버스기사가 더위먹으셨나 왜 엄한 가게를 들이받았지? 현지 사람들도 다 모여서 서로 품평회를 하듯 목청높여 토론을 벌이는 재밌는? 광경을 오래 볼 수 없어서 숙소로 돌아오다.

오늘 숙소도 구글평에 걸맞게 쾌적하다.


맥주 1.5

헤드랜턴 6.99

이온음료 1.5

버스 1

©️저녁 17.1  S군

마트 6.48 토마토 이온음료 생수 맥주


합계  53.57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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