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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Aug 12. 2024

8/11 까미노 10일차

레데시아델까미노~에스삐노사델까미노_20.2km

Redecilla del Camino~Espinosa del Camino


어제의 종착지였던 레데시아델까미노부터 부르고스주로 넘어왔다.

나바라와 라리오하를 거쳐 부르고스까지, 이제 순례의 중반으로 치닫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폭염이 예보되어 있기에, 3일 연속으로 30km이상씩 걸었기에, 오늘은 쉬어가는 날로 가볍게 약 20km거리의 숙소로 예약을 했었다.

예약을 하고보니 구글맵에 가고 싶었던 숙소가 저장되어 있기에 취소하고 재예약하려고 전화번호를 왓츠앱에 입력해보니, 이런 우연의 일치가! 바로 저장되어있었던 그 숙소로 예약이 걸려있다. 작은 우연이라도 기분좋은⁉️

일정에 여유가 있는 날이라 4시반 알람에도 불구하고 뒤척거리다 5시넘어서 이탈리아노가 가방챙기는 소리에 나도 일어나서 채비하고 5:50 길을 나선다.  

레데시아델까미노는 10여가구가 있을까말까한 작은 마을이라 바로 마을을 빠져나오고, 다음 마을들도 사실 지척인 거리다.  

어둠속에 까스틸델가도를 지나 빌로리아데리오하에 이르르니 클럽에서나 흘러나올 것 같은 흥겨운 음악소리가 마을을 가득채운다.  아니나다를까 천막을 친 야외 클럽이 성업중이다.

잔뜩 술이 취해서 비틀거리듯 춤추는 아이에, 골목에서 노상방뇨하는 아이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노는 모습이 신기해서 잠깐 촬영을 했더니 나보구도 합류하란다. 아들딸같은 너희들과 여기서? 부비부비가 가능하겠니? 내 길을 가야한다니 쿨하게 부엔까미노하며 보내준다.

저렇게들 주말을 새벽 6시이후까지 밤새도록 놀아제끼니 주말이면 문을 연 식당이나 식료품점을 찾아 해매기 일쑤다.

그래도, 어쩌면 그렇기에 사람들 표정마다 행복지수가 높아보이는걸까.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고,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지만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젤 낮다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이어서 비야마요르델리오를 지나 벨로라도까지 황홀한 일출과 해바라기밭, 감자밭의 풍경에 취한다.

어제는 작은 마을에 머물기도 했고 토욜이라 오픈한 식료품점을 찾기도 어려워서 아무런 과일도 간식도 준비된 것이 없으니, 오늘도 일욜이라  역시 찾기가 힘들터이니 오늘 일정중에 제일 큰 도시인 벨로라도에서 뭐라도 먹어두어야 하겠기에 9시 넘은 시각에 이른 아점을 먹고 반갑게 문을 연 빵집에서 달달한 간식거리도 마련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남은 구간은 약 9km, 공원을 지나고 주유소가 저리 이뻐도 되는거야 하게 만드는 노란 주유소도 지난다. 나바라주가 의자에 인색했다면 라리오하주는 의자가 풍부한 대신 거리에 인색했었다.  안내표지판에 목적지든 산티아고든 거리 표시가 된 걸 거의 못봤는데 부르고스주에 들어서니 안내판에 산띠아고까지의 거리가 표기된다.

산띠아고데꼼뽀스뗄라까지 약 550km, 전 일정의 3분의 1이 되어간다. 아직까지 큰 탈없이 걷게 해주심에 벨로라도 산따마리아성당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나바라주보다는 생생한 해바라기밭이 아름답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해도 36도를 넘나드는 더위에는 장사없었다.

일정이 짧다고 해찰떨다 또산또스에 이르러서는 더위를 못참고 바에 들어가 세르베사를 외쳐댔다.  생맥주는 없는 가게라 캔맥주를 벌컥벌컥 단숨에 마시고는 남은 3km를 힘겹게, 일정이 길든 짧든 왜 마지막 3~4km는 더 힘겨운건지 이럴거면 굳이 짧게 걸을 필요가 없잖아⁉️

내일은 30km를 걷고야 말겠어‼️


오늘의 숙소는 작은 마을에서 독일인 노부부가 운영하는 침대 5개짜리다.

욕실 사용에 민감하고, 창문을 절대 못열게 하며, 개인 침낭 사용 금지에, 전기요금이 높다고 불도 못켜게 해서 헤드랜턴으로 책을 보지만 나쁘지않은 숙소다.

개인 침낭이 필요없을만큼 뽀송한 시트와 이불에 타올도 큰 타올 작은 타올 침대 번호에 맞게 제공되며 개인사물함 세탁공간 야외정원과 원형빨래줄, 오이 감자 호박 토마토를 재배해서 건강식으로 차려주는 저녁까지, 숙박 12 디너 12가 아깝지않은 최고의 숙소다.

토마토가 베이스인 스프, 감자와 아삭아삭한 오이에 베이컨을 곁들인 슬라이스 포테이토와 독일식 소시지의 메인디쉬, 플레인요거트에 치즈와 시나몬 초컬릿 바나나를 얹은 애피타이저까지 까미노 10일동안 베스트인 디너라니...

내일 새벽의 까미노길도 별똥별이 떨어지는 매우 그페셜한 기간이라고 알려주시니 내일 새벽 까미노엔선 꼭 못다이룬 소원을 빌어봐야겠다.

뭐니뭐니해도 이 곳의 시그니처는 현관에 널부러져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이쁜 고양이

내일 길을 미리, 오까산이 두렵지 않도록 동구밖을 나가보면서 무언지모를 감동과 감사함에 숙연해진다.


조식 3.5

빵 5.5

벨도라도 성당 2

맥주 2.3

숙소 12

저녁 12


합계 36.8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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