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뿌에르까~부르고스_20.2km
Atapuerca~Burgos
3일동안 20여킬로씩만 걸으려니 사실 몸이 근질근질하다. 그래도 대도시 부르고스를 통과만 할 수는 없으니, 굳이 한국음식을 찾는 성향은 아니나 부르고스에 새로생긴 한식당의 명성이 자자해져서 들러보고 싶은 생각을 부인할 수는 없으니, 세비야성당에 이어 스페인에서 두번째로 큰 세계문화유산인 부르고스대성당은 좀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 부르고스에 묵어가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순례여행 중반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서 알베르게평균 4일 숙박비로 호텔 1인실을 예약해 두었다.
5:50 숙소를 나서니 어젯밤 비로 공기가 상쾌하다못해 쌀쌀함마저 느껴진다. 겉옷을 꺼내입을 정도는 아니어서 바로 작은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왼쪽 숲길이다. 까미노는 숲길이라도 대체로 도로폭이 넓고 숲이 우거지진 않아서 제주 곶자왈처럼 혼자 들어갔을 때 무서운 느낌은 없는 편이다.
그렇다해도 오늘은 안개가 휘감아오니 헤드랜턴에도 불구하고 시야확보가 잘 되지 않는 길을 까미노앱 지도를 보아가면서 걷는다.
얼마후 ‘부엔까미노’로 나를 지나쳐갔던, 까미노에서 계속 마주쳐왔던 서양남자가 2-30분을 더 걸어간 시점에서 서성이고 있다.
큰 나무 십자가 아래다. 이상하게 무서운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가 길이 어느쪽이냐고 묻는다.
갈림길에서 안개때문에 길을 잃을까해서 10여분을 기다린 듯 하다.
다행이 내 까미노앱은 빨간선으로 가는 길을 표시해주므로 길을 벗어나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 그와 같이 걷게 됐다.
이 남자 나보다 과묵해서 할 수없이 통성명을 시도하니 이태리에서 온 스테파노라고 한다. 까미노에서 몇번 마주쳤을 때는 독일 남자일거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탈리아노란다. 같이 걸으니 랜턴도 둘로 더 밝아지고 길잃을 염려도 없어서 좋다고 한다. 나도 물론 산길을 둘이 걸으니 든든했지만 여명이 밝아오는 시점에서 하늘이 범상치 않길래 나는 천천히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하고선 스마트폰일망정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꽤 많이 내린 다음날이라 하늘이 신비로워진다.
이런 날 이런 시간이 참 좋다!
산을 벗어난 비얄발과 또 바로 인접한 까르데뉴엘라리오삐꼬는 둘다 작은 마을이다.
그래도 이들까지는 까미노같으나 오르바네하리오삐꼬부터는 자동차도로를 따라 걷는 길에다 주변은 대도시의 물류허브쯤 되는지 창고형 마켓들과 브릿지스톤 대형 공장도 눈에 띈다.
자동차도로 옆을 한참 걸어서 드디어 부르고스에 입성, 너무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은 안되지만 예약한 호텔에 배낭을 맡기고 우선 부르고스산따마리아대성당으로... 순례자 여권이 있으면 5유로 입장이다.
외양부터 내부까지 압도적으로 멋있다‼️
이건 와봐야 할듯, 사진은 내부까지도 후레쉬만 터뜨리지 않으면 찍을 순 있지만 내부사진은 비공개하는게 예의일 듯.
소풍은 감동, 찐 한국맛이다.
두번째 소풍이라니 천상병시인의 그 소풍이란다.
인사동이 아닌 까미노에서 천상병시인의 소풍을 만날 줄이야⁉️
부르고스 연박이 유혹하지만 아니아니 아직 갈 길이 멀다구.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부르고스대성당 5
숙소 60
저녁 한식당. 나헤라 중식당을 잊지않고 Y군 Y양한테 대접받음
합계 6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