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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Aug 19. 2024

8/18 까미노 17일차

비야마르꼬~레온_30km

Villamarco~Leon


알베르게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다가 새벽 5시 전에 알베르게를 나와 골목을 나서는데 때마침 반대방향에서 오던 빨간 자동차가 멈추더니 보조석에서 어제의 그 미니바에서 잠깐 보고 키만 건네주던 주인이 내린다.

한손에는 캔맥주를 들고 있다. 아직도 불토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미니바는 반대 방향이었는데 미니바도 모자라 레온이든 어디든 더 큰 마을로 가서 밤새 퍼마신 듯, 술냄새 진동인 채 악수와 허그까지ㅠㅠ 그 왼쪽손에 든 맥주를 내몸에 흘릴까봐 조바심내며 얼른 작별인사를 마친다.

숙박비는 두고 왔다고, 호스트를 집에서는 한번도 못보고 미니바에서 맞아주고 골목길에서나마 배웅은 받은 걸로!


산티아고 전의 마지막 대도시 레온을 향해 30킬로만 걷는 날이라 맘은 홀가분하다.

렐리에고스까지도 깜깜하다가 만시야데라스물라스를 향해 가는 길에 먼동이 튼다.

매년 8월말에 토마토축제가 열리는 도시라는데 그렇다기엔 규모가 작고 주위에 토마토밭도 보이지는 않는다.

이후의 작은 도시들, 비야모로스데만시야스, 뿌엔떼데비야렌떼, 아르까우에하, 발데라뿌엔떼를 지나도록 어제와 같은 그제와 같은 자동차도로 옆길이라 감흥이 없다.  

게다가 어제 분명 331km, 327km 표지판을 지나쳤는데 느닷없이 오늘 340km, 329.5km 표지판이 나타난다.

0.5까지 표기한 표지판이 어처구니가 없다. 스페인스럽다고나 할까.

대도시 주변이 그렇듯 도시와 가까워질수록 대도시의 위성도시적 성격들이 나타난다. 자동차 딜러샵들, 아울렛 매장들... 까미노에서도 대도시로 들어가는 길은 매력적이지 않다.

정오에 레온 중심지에 닿았다.

에어비엔비로 예약해둔 숙소에 배낭을 맡기고 레온대성당 광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식사후에 대성당 관람을 하려 했으나 어김없이 1:30~3:00 씨에스타에 걸린다.  

스페인, 씨에스타에만 철저하다.

하는수없이 숙소로 와서 일단 씻고 빨래하고, 저녁식사를 논의하는데 처음에 가고 싶었던 무한리필 스시집도 아시안식당도 8:30 오픈이란다.

다 포기하고 대성당 후에 버거킹을 가기로 한다.

기대하고 들어간 레온대성당은 어쩔수없이 부르고스대성당과 많이 비교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겠으나 뭔가 아쉽다.


레온성당 7

크리덴셜 2nd 2

콤피트2 16

맥주 2.5

마트 7

에어비앤비 29

점심 19

버거킹 12


합계 94.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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