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산마르띤델까미노_25km
Leon~San Martin del Camino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약 180km를 5일동안 함께 걸은 손선생님은 두 구간을 점프해서 아스또르가로 이동, 폰세바돈과 철의 십자가를 걷는다고 하시고, 부천의 S군은 어제 재회하자마자 이별이다. 발에 물집이 계속 덧나고 덧나서 도저히 까미노를 이어갈 수 없게 된거다.
그래도 오늘부터 잠실의 H양이 길동무가 되어주리라. 팜플로냐에서 헤어졌는데 딱 2주만에 두번의 점프를 단행?하면서 달려와준 그녀에게 무한 감사다.
5일동안 40킬로씩을 걸었으니 조금 더디게 가도 좋을때고 H양의 발 상태도 물집으로 정상은 아니라 당분간 20킬로 초반대로 걸어봐야겠다. 까미노의 하이라이트 폰세바돈과 철의 십자가를 대면할 마음의 준비도 필요한 때다.
4명이 묵었던 산이시도로광장의 콘도에서 모처럼 제대로 된 침대에서 더블임에도 옆자리 H양의 무게감과 뒤척임을 알아차릴 수 없게 곤히 잤으니 컨디션은 최고다.
그러나 콘도를 나서자마자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두분과 이별하고 H양과 둘이서 레온 시내를 빠져나간다.
베르네스강을 건너고 근사한 수녀회수도원을 지나면 레온의 베드타운 뜨로바호델까미노 주택단지가 있다.
아직운 어두운 길을 달님과 함께, 어제부터 새벽 별보다 달이 환하다. 보름달인 걸 보면 추석이 딱 한달 남은 듯, 걸어 비르헨델까미노에 다다르니 아침이 밝는다. 하지만 25킬로만 걷는다고 생각하니 여유가 넘친다. 산띠아고까지 드디어! 294km 표지판도 지난다. H양과 그동안 못다한 수다를 떠느라 풍경도 뒷전이다. 산미구엘델까미노에서 잠시 저건 맥주 이름인데 이곳이 필리핀은 아니니 원산지는 아니겠구나 한다.
해가 떠오르니 맥주 생각⁉️ 비야당고스 델 빠라모의 바에서 또르띠야에 생맥주를 주문한다. 제일 자신있는 스페인어가 우노 세르베사 그란데 뽀르빠보르가 되어가고 있다ㅠㅠ 그 사이에 뒤따라 들어온, 부르고스 이후 매일 만났던 남남커플이 나보구 세르베싸? 한다. 그래서 머 어쩌라구. 그 쓴 에스프레소보단 낫지!
맥주를 마시고 쉬어가는 길, 그 다음 바에서 누가 격하게 손을 흔든다. 자세히 보니 또 최근에 매일 만났던 잭니콜슨 닮은 아저씨다. 어제 분명히 까미노 패셔니스타, 항상 블랙 스키니에 블랙 민소매, 블랙 심플한 배낭을 진, 손선생님과 분명히 파리지앵일 거라고 속닥였던 그녀와 부르고스 대성당 근처의 바에서 희희낙낙 데이트하는 걸 목격했는데 또 저런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숙소의 야외풀장, 그동안 쌓인 피로를 수영장에서 푼다. 짧은 풀이지만 접배평자를 몇바퀴 도니까 또 출출해져서 샹그리아 한잔씩, 저녁은 이웃한 알베르게에서 신라면으로~~
부르고스부터 일주일간 한식이 자주라 여기가 스페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근데 스페인 음식 제대로 된걸 못먹어봐서인지도 모르지만 죄다 조금씩 성의없는 맛이다.
맥주 또르띠야 5
숙소 17
샹그리아 5
저녁 9.5
합계 36.5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