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르띤델까미노~아스또르가_25km
San Martin del Camino~Astorga
여전히 새벽4시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후다닥 알람은 껐으나 오늘따라 몸이 너무 무겁고 잠이 깨지 않는다. 30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어제 간만에 수영을해서 근육들이 놀란걸까.
그러나 H양이 일어나 있기에 나도 세면도구 챙겨서 양치와 세수를 하고 나갈 채비를 한다.
요며칠간 별빛이 아닌 달빛과 함께 걷는 길이다. 숙소를 나서 한시간 반쯤을 비몽사몽간에 달빛과 헤드렌턴에 의지해서 걸으니 오스삐딸데오르비고에 닿는다.
이른 새벽이라 인적이 아무도 없는 마을을 지나게되면 유령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도 없는 골목 벤치에서 각각 복숭아와 바나나를 하나씩 먹는다.
마을을 나서는, 오르비고강을 건너는 다리가 길고 이쁘다.
2km 남짓한 다음마을은 뿌엔떼데오르비고다.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야 마을들을 지나는 레알까미노다.
둘다 잠이 덜깨고 몸이 무거웠던 우린 이 마을에서 구세주를 만난다.
순례자들에게 빵과 커피와 그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저씨를 만난다. 서양아이들은 슥 지나쳐가는 그곳을 우린 들어가앉아 커피와 돼지기름으로 구웠다는 의외로 달달한 빵을 맛있게 먹는다. 기부제라 3유로를 내고는 기념촬영까지!
많은 한국인이 다녀갔다며, 심지어 방송사 촬영까지 해갔다며 코리아 사랑을 외치는 아저씨와 작별하고 다시 걷는다.
도시를 벗어나고 캠핑장을 지나서 언덕길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니 신비로운 일출이다.
해가떠서 더 붉게 물든 황톳길을 폴란드 아이 빅토르가 지나쳐간다. 에스삐노사부터 이틀은 같은 숙소, 나머지는 같은 여정을 걷고 있는 모양이다. 발이 빨라서 결국엔 Y군 Y양과 헤어진 듯, 긴 다리로 성큼성큼 멀어져 가는 걸 보니 이제 다시 보기 힘들겠구나 생각한다.
언덕을 더 오르니 비야레스데오르비고 작은 마을이다. 축사가 많은 마을에서 젖소 흑우 황소 등 다양한 어린 소들의 집과 그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배가 고픈 모양인데 다들 엄마와 떨어져있는 모습이 짠하다. 젖을 떼며 저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걸까. 홀로서기란 동물에게도 쉽지는 않은 듯하다.
25킬로로 짧은 여정임에도 아스또르가를 향해 고도를 높여가는 길이 만만치는 않은데 딱 지쳐갈 무렵에 오늘의 두번째 구세주 아저씨를 만난다.
푸드트럭 비슷하게 각종 과일과 우유에 시리얼, 시원한 레몬수까지 겸비한 그곳에서 다시 삶은 달걀 하나와 레몬수로 갈증을 푼다.
뒤늦게 도착한 독일 크리스챤들이 기타치며 찬송가를 부르는 속에서 개와 고양이들까지 가세해서 한가롭게 놀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뗀다.
언덕을 내려온 산후스또데라베가에선 화장실 핑게로 바에 들러 시원한 생맥주 한잔. 오늘 많이 쉬며 걷는다.
아스또르가 직전의 철로를 건너는 어이없는 지그재그 철제 난간길을, 이렇게 길게 걸을 일이야 투덜대면서 건넌다.
아스또르가는 의외로 이쁜 마을이다.
여행의 후반부에선 제대로 된 스페인 현지식을 먹어보자고 오픈한 식당을 수소문해서 이른 저녁으로 마라가따에 레드와인을 곁들인다. 식당안에 순례자는 거의없고 잘 차려입은 현지인들이 가족단위로 외식을 하는 모양새다. 옆테이블의 호기심많은 소녀들이 우리가 신기한듯 자꾸 힐끔거려도 개의치않고 제일 마지막까지 5가지 코스요리로 배를 채운다.
내일은 힘들지라도 오늘은 만족한 하루다.
3시반부터 5시까지 이르지만 거한 저녁에 와인까지 한병을 다 비웠으니 소화는 시켜야겠기에 한바퀴 돌아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빵 커피 3
계란 레몬티 2
맥주 5
근육이완크림 9.8
치약 요거트 3.09
©️숙소 14
©️저녁 30 마라가따
기념품 6
합계 72.89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