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아이의 손톱 밑 먼지
며칠 전, 밥을 먹고 아이의 손톱을 깎아주었다.
좋아하는 학습만화를 보고 있던 아이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순순히 제 손을 내밀었다.
그 작은 손톱 밑에는
학교에서 끌어모은 색연필 잔가루,
놀이터 모래, 친구들의 옷섬유,
급식 국물에 살짝 젖었던 밥풀의 흔적,
굴러다니는 먼지가
조금씩, 어지럽게, 그러나 정확하게 모여 있었다.
나는 직업상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무엇이 나왔는지를 보고
그 사람이 어디에 있었고,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을 겪었는지를 추론한다.
사람은 발만큼이나 손에도 많은 흔적을 남긴다.
그날 밤, 아이의 손톱 밑에도 하루가 담겨 있었다.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그저 나는 그 먼지에서
“오늘은 나름 괜찮은 하루였구나” 하고 안도했다.
누군가는 하루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담아둔다.
나는 손톱 밑 먼지를 본다.
말하지 않아도 남는 것,
지우려 해도 남는 것,
조용하지만 진실을 증명하는 것—
그걸 우리는 증거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는,
사건 없는 날에도 증거를 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