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큐파인
임인년
크리스마스이브
밤이 깊도록
오룡과 보이, 재스민차를
우리며 수다하고 침묵한다
차(茶)에 취한
신비로운 27시간이
흐르고 흐르지 않는다
귀한 다우(茶友)의 목소리 쌓이고
디지털 눈송이 나리고 모닥불 타올라
하염없이 축하하니 차분한 새벽이 웃는다.
아청이 holiday cake를 준비하는 사이 기룬과 def.가 손 카드게임을 시작한다. 지름 7cm 원형의 카드는 모두 55장이고, 각 카드는 8마리의 크고 작은 동물들이 사는 zoo다. peacock, pig, rabbit, giraffee.. def. 게임 방법을 간단히 설명한다. 원카드의 게임방식과 비슷하네. 상대가 내리는 카드의 동물들 중 내가 가진 카드에 일치하는 동물을 발견하는 즉시 카드를 내린다. 단, 그 동물의 이름을 크게 외치면서 신속하게! 먼저 빈 손 되는 사람이 승이다.
기룬은 def.와 영어와 한국어를 뒤섞어 대화한다. 동물의 이름을 크고 재빠르게 외치면서 동그란 카드를 한 장씩 버리는 게임은 기대이상으로 즐거웠다. 카드마다 동물의 크기와 색깔, 위치가 미묘하게 다르므로 발견의 기술은 흥미로운 변주를 거듭한다. 지금 필요한 건, 동심의 눈썰미와 순발력!
"peacock"
def. 카드를 포갠다.
"elephant"
기룬 내린다.
시간이 선다(善茶).
들여다보며 찾아내는라 열중하는 두 사람이 진지하다.
"porcupine!"
"what, what? wait! what did you say?"
" I said porcupine."
"How do you spell that out?"
"It's P-O-R-C-U-P-I-N-E.
"두더지 같은, right?
"Yes, P-O-R-C-U-P-I-N-E.
"Wow, that sounds like somewhat surreal."
"폴-큐-파-인, porcupine."
이 밤 폴큐파인이란 소리가 좋다.
아청이 케이크를 두 손에 들고 입장한다. 초콜릿과 치즈가 반반이다. 촛불이 밝고. def. 초침을 보며 카운트를 시작한다. twenty seven, twenty six, twenty five, twenty four, twenty three... 디지털시계가 막 자정을 알렸는지 "롸잇 나우! 메리 크리스마스 투유 올!" 외치는 아청.
"메리 크리스마스!" 모두 찻잔을 높이 들어 챙챙. 차 한 모금에 주먹 인사와 가벼운 포옹을 한다.
세 몸이 웃는다. 촛불 바라봄. 소원을 말할까, "후". 박수소리. 기분이 좋아. 크리스마스가 다 뭐라고.
(계묘년 사월의 강풍 불고 흐리고 쌀쌀한 아침에야 발행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