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브런치!
꼭꼭 숨어서 글을 쓴다. 몇 개 되지 않는 글을 쓰면서 더디게 발행한다. 내게는 전혀 만만한 일이 아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다수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는 독자로서의 행위 또한 마음처럼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다. '브런치 나우'에 올라오는 글들과 수상 작가들의 브런치 북을 읽어보는 것도 시간을 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게으른 작가이자 편식이 심한 독자이기에 그럴 것이다. 자주 쓰지 못한다.
브런치에 햇 수로 4년 동안 여덟 개의 글을 발행해 보면서 든 생각. 숨어서 쓰는 맛을 즐기고 있다는 엉뚱한 상상. 발행 버튼을 눌러 '브런치 나우' 타임라인에 흘려보낸 글을 읽게 될 잠재적 랜덤 독자의 수는- 여덟 개 글의 통계치로- 대략 10-2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발행하는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격차가 있긴 하다. 제목을 클릭해서 실시간으로 글을 읽게 될 미지의 독자들과 확률의 숫자를 염두에 두고 쓰진 않지만, 브런치 온라인 거리를 지나다가 나의 이야기를 일독(완독을 한다는 가정을 한다) 후에 던져주는 그들의 '心'은 숫자를 떠나 기분 좋은 일이다. 다행이다.
'내 브런치'에는 현재 여덟 개의 글이 발행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피드를 받는 것은 역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8번의 발행을 하는 동안 (극) 소수의 독자들로부터 0개부터 12개까지의 다양한 '관심關心하다'를 받은 경험이 퍽 뿌듯하다. 왜냐하면 '딱 지금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기에 그렇다. 때로는 머리카락 한 올도 들키기 싫을 정도로 소극적인 글쓰기 행위와 발행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놀라운 것은 재작년보다는 작년에, 작년보다는 올 해로 다가올수록 자발적 즐거움의 폭이 넓어지는 체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즐거울 '樂'이 핵심이다! (樂과 괴로운 苦가 대체로 연이어 일어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능동적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숨어서 글을 쓰는 은밀함과 소수의 랜덤 독자들이 한 분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참 운 좋은 일이다.
2019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겨우 2개의 글을 끄적거릴 수 있었다. 2020년에는 3개의 글을 썼는데 두 해 모두 가을 -10월과 11월인 것-에 발행한 글들이다. (가을에 쓰고 싶은 사람인가?)
2021년에 발행한 글은 1개. 2022년 현재까지 발행한 글은 2개다. '작가의 서랍'에 저장 중인 글이 잔뜩 들어 있겠죠?라고 혹시 물어올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이 있는 것은 어쩌다 다. 지금 서랍에 발행을 기다리는 3개의 글(이 글이 발행되면 2개가 남는다)이 있지만 여전히 발효 중이다. 글쓰기의 즐거운 맛과 멋에 더욱 빠져들기를 바란다. 아무튼 땡큐,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