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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eroon Nov 06. 2019

부엌

going home

오늘 처음 만난 어린 사슴,

방금 죽은 외국인, 서로가

얼어붙은 지면 위를 방황하는 겨울


밤, going home 루트 46번, 고요한 통로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중인가

길 잃어 빛 따라 혼자 헤매이나!


이국의 어두운 도로를 달리는 미련한 유랑

너와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향하며 등지는가


8번째 부엌에 앉아 모르는 얼굴 그리는 

일에 열중하는 밤, 깊은 어둠을 찾는 계절


120년 그을린 에나멜 오븐에 불을 지피고

시린 몸과 놀란 마음을 덥힌다. 빵을 굽는다.

브리와 말린 무화과를 먹고 잎차를 마신다.


거친 얼음에 누워 하얀 입김 밀어내던 

반쯤 감긴 파란 이방의 눈빛, 작은 얼굴, 

기다란 가는 목, 한 덩이 몸에 부러질 듯 

꺾인 네 다리가 일어나 걷는다. 

흩뿌린 피가

어린 사슴이 떠난다.

 

불 켠 부엌에서 빵 냄새 맡으며 

언 몸과 다리 녹아 들판 뛰노는 자유가 되어


어디에서 어디로 가든 새롭게 만나지기를

이 밤, go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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