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쓰는 이직일기
어도비 이후로 Quora라는 회사와 스크리닝 인터뷰가 있었다. 10년 정도의 경력을 필요로 하는 직급이었는데 인터뷰가 들어와서 의외였다. 아마도 내 경력이 짧긴 하지만 내 이력이 궁금했나 보다 하고 감사한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뷰에 임했다. 며칠 뒤 대화를 나누었던 리크루터에게 이메일이 왔다.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어렵겠다고.
솔직히 예상했던 부분이라 훌훌 털고 넘겼다. 그래도 요즘처럼 어려울 때에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했다. 이직을 준비할 때에 인터뷰를 짧게나마 하는 경험은 리프레쉬를 주는 기회도 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메일을 받은 날 오후에 Meta의 Sourcer(회사의 리크루팅 단계에서도 괜찮은 지원자들을 찾는 일을 하는 직군)로부터 나와 인터뷰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우연히 이때부터였을까, 이직이라는 것에 엄청 집중을 하고 긴장을 했던 것들이 내려놓아지기 시작했다. 결과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다 보니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게 되었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한 것은 아니었다. 발표 준비를 할 때 지혜가 필요했기에 하나님께 달라고 간구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나 세상에서 인정받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결과는 내 노력과 능력에 달려있다고 착각에 빠지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내 손에 놓인 짐들을 덜어내기 시작하니 인터뷰를 할 때에 이상하게도 이전보다 여유로워졌다.
Sourcer와의 인터뷰도 기분 좋게 끝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다음 단계는 매니저와의 behavioral 인터뷰를 진행했고 나의 지난 경력들을 소개하고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소개했다. 그리고 매니저는 현재 나의 업무에 대해 자세히 묻고 나는 답하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인터뷰는 40분짜리였는데 시작한 지 20분이 되자 이야기할 소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질문도 다했고 나는 더 이상 딱히 할 말이 없어서 Linkedin 친구를 하자고 말했고 매니저도 흔쾌히 ok 하고 그 자리에서 연결이 되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할 말이 없으니까 내가 인터뷰에서는 안 하던 말도 하네'
그렇게 일정보다 십여분 정도 일찍 인터뷰가 끝났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늘 하던 대로 나의 경험과 나의 지식을 총동원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흠.. 보통 인터뷰 결과가 좋으려면 매니저와 대화가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돼야 하는 거 아닌가? 매니저가 나에게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서 너무 일찍 끝난 거 아니야?'
결과가 궁금했던 나는 심심할 때마다 메타 커리어페이지에 들어가서 progress 그래프를 보며 나도 모르게 끝까지 초록색으로 이어져있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리고 며칠을 그렇게 기다리다가
두둥!
다음 단계로 진행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 단계는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마지막 인터뷰였다. 나름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에 4개 정도의 세션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이것을 안내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준비되어 있었다. 케이스 스터디를 2개 발표하고, 4명의 사람들을 1:1로 만나면서 일반적인 소개, 나의 커리어에 대한 Motivation과 이 롤의 연결성 등을 말하는 것이었고 마지막에는 나와 밀접하게 일할 디자이너와 whiteboard challenge 같은 세션이었다.
길게 소요되는 만큼 긴장할 수 있었는데 긴장을 풀게 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인터뷰를 하는 날짜 덕분이었다.
때마침 동생과 내 생일이 3일 차이여서 동생이 한국에서 날아와 맛있는 것도 먹고 동네를 여행하며 추억을 만들기로 했던 때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리크루터에게 내 생일날짜를 포함해 가능한 날짜 세 개를 보냈다.
생일 저녁에 함께 맛있는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기에 오전에는 인터뷰를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고 내가 보낸 날짜들 중 가장 이른 날짜이기에 아마 이날은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뒤 메타에서 선택한 날짜는 고맙게도? 내 생일이었다.
마지막 인터뷰를 생일에 하다니!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이 들어 너무 감사했다.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 미소가 흘러나왔다. 프레젠테이션 할 때에도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하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서 사람들이 생일축하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모든 것이 smooth 하게 흘러갔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예약한 스시 레스토랑에서 남편과 동생과 생일을 축하하고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이직을 미리 축하하며 스시와 하이볼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