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쓰는 이직일기
아마도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직이나 구직을 할 때에 수많은 No를 받을 것이다. 레주메 스크리닝 단계에서 No를 전달하는 수많은 이메일들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 중에 No를 받으면 맥이 빠지고 진이 빠지기 마련이다.
많은 이직을 한 사람이어도 거절은 익숙해지기 어렵다. 나 또한 거절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속상하고 화가 난다. 이런 나의 안절부절못한 마음을 다독이게 된 계기가 몇 번 있다.
*물론 이 경험들은 미국 회사에 한해서 겪은 일화들이다.
주관적인 호불호가 반영된 경우
내가 팀원들과 함께 레주메를 스크리닝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의 기억이다. 지원자가 수백 명 정도로 많아서 스크리닝 프로세스를 디자이너들끼리 50명씩 나누어 진행하자고 의견이 모였다. 각자 맡을 그룹을 나누기 전에 나는 무심코 리스트에 있던 한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와 레주메들을 열어 보았다. 그중 전반적으로 비주얼 감각, 프로세스를 이끌어가고 설명하는 부분이 명확하게 느껴진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동료들끼리 각각 그룹을 나누어 레주메와 포트폴리오를 스크리닝 하고 다음 단계로 패스시킬지 말지를 골라내었다. 그리고 어제 내가 무작위로 열어본 디자이너의 이름은 거절 이메일 명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논의를 거쳐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간도 없고 내가 속한 팀으로 직속으로 들어올 친구는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담당한 동료의 주관적인 호불호가 반영된 경우였다.
레벨(직급)에 대한 주관적인 기대치
어떤 Interviewer의 눈에는 Senior급에 대한 기대치가 남들보다 높아서 패스시키지 않은 경우가 있고, 또 어떤 이의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서 패스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Senior level로의 승진을 기대하고 있는 동료들은 더더욱 이 기대치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
(Hiring process에서 각 레벨별 standard / requirements를 객관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더라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분명히 주관적인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회사마다 원하는 Fit이 다를 때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A라는 디자이너의 인터뷰 점수 결과 점수를 낮게 매기고 결국에는 No 이메일을 보냈지만 그 친구는 똑같은 레주메와 포트폴리오로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고 규모가 큰 회사로 입사하는 것을 본 적이 종종 있다. 이를 통해 회사들의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더 큰 규모의 회사라고 해서 기준이 높고 낮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마다 원하는 캐릭터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예들이 있다. 매니저는 전반적인 UI 디자인과 Product thinking을 새 사람을 뽑는 데에 있어 중요한 가치로 여겼는데 갑자기, Vice president가 디자인 시스템 경험이 꼭 있는 디자이너를 특별히 요구한다면, Job description과 상관없이 조금 더 세세한 기준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다.
이런 경우들을 눈으로 보고 직접 겪으면서 이직/구직의 결과는 우리 손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레주메를 제출했으면 이제 나의 손을 떠난 것이고 하나님이 주시고자 하는 결과가 오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하나님의 계획이 완벽하심을 '믿고' 내 마음속에서 원하는 결과를 기도할 뿐이다.
채용과정은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주관적인 것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No를 받았다고 해서 내 실력이 모자란 것은 절대로 아니며 나와 Fit이 잘 맞는 회사를 만나는 데에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