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회사로부터 No를 받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러 가는데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너무 가기 싫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긴 하는데 정신은 다른 데에 가있어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 와중에 내가 한층 성장했다고 느끼는 것은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고 왔다는 점이다. 하하하. 이십 대 초반의 나였다면 아프다고 하고 일하러 나가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어릴 때보다 마음이 한층 단단해진 것 같아서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렇게 일하고 있던 와중 두 번째 회사로부터 리크루터와의 스크리닝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메일이 왔다. 두 번째 회사는 한번쯤 일해보고 싶었던 'Adobe'였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사용해 보았을 소프트웨어들을 디자인해 보는 경험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리크루터와 인터뷰 날짜를 잡고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크루터는 경찰 같은 위엄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취조식의 인터뷰로 나를 다소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스스로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 점에 있어서 강점이 있는지 그에게 조목조목 알려주었다.
나의 강점을 말할 때 그가 입술을 아래로 삐쭉거리면서 끄덕였는데(그의 습관인 듯한데 내가 너무 예민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늘 단련한 '믿거나 말거나'의 마인드셋이 강점을 잘 발휘해 내 얼굴에 철판을 깔아주었다.
그렇게 이른 오전의 인터뷰를 잘 끝내고 회사에 출근하고 일상을 보내며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리쿠르터의 태도가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아 왠지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아서 어도비와의 다음 인터뷰에 대한 생각을 약간 내려놓았을 때쯤, 리쿠르터에게서 매니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흠.. 그래? 한번 해보지 뭐, 땡큐!' 하는 마음이 들었고 다음 인터뷰 스케줄을 얼른 잡았다.
이때부터 나는 인터뷰들을 '연습'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합격/불합격으로 마음먹으면 나는 완전한 '을'이 된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 마인드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No의 개수를 쌓을 수 있는 대로 쌓아보고 그 가운데 혹은 그 끝에 하나의 Yes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No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졌다. 두려움이 없어지자 그 공간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자신감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매니저와 인터뷰에서도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 그리고 그것들 속에서의 나의 강점과 약점을 질문과 답변을 통해 잘 말해주었다. 매니저와 대화를 통해 그녀의 소통스타일은 전반적으로 꽤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다만 특이한 것은 매니저의 답변 속에서 매니저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회사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고 이직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한 대화가 오고 간 인터뷰에 감사함을 느끼며 그렇게 인터뷰를 잘 마쳤다.
...
그러나 '어도비'는 나에게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인터뷰에 대한 결과 답변이 없다.
말로만 듣던 Ghosting interview가 된 것이다. 하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직일기는 계속된다. 아직 겨우 두 번째 인터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