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더 중요하다.

by 이손끝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큰 거래가 오가고,

서류가 오가고,

그 안에서 숫자와 기한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사람’이 빠져 있는 느낌.


일만 잘하면 됐지, 무슨 감정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렇게 작은 것에 신경을 쓰니

한계가 거기까지라고 손가락질받을 수도.

하지만 내가 그렇다.


오늘은 한 거래처가 그랬다.

배송비 3,000원.

내가 주문한 몇 백만 원의 거래를 생각하면

기분 좋게 보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굳이,

거듭 요구하고,

기어코 받아내는 거래처의 메일을 보면

나는 자꾸 숨이 얕아진다.


나였다면

오래가는 관계라면,

다음 거래를 생각해서라도

그 정도는 웃으며 넘겼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런 선택을 자주 한다.

조금 손해 보는 셈이더라도,

서로의 ‘사정’을 감안해 주는 것.

기분 좋은 거래라는 게 있다고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나 같을 수는 없고,

그들에게도 분명 이유는 있을 것이다.

단가 계산서, 결산보고서, 상사의 눈치.

그들도 어딘가에선 누군가를 설득하며

이 한 줄의 메일을 작성했겠지.


이해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메일 속에 박힌 냉정함은

문득, 마음을 식게 만든다.


‘좋은 거래처’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요즘 자주 생각한다.


돈을 잘 주는 곳?

일이 매끄러운 곳?

문제없이 오래가는 곳?


그런 조건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은 작은 온기가 스며든 곳.

한두 번의 여백이 허용되는 곳.

서로의 사정을 묵묵히 알아봐 주는 곳.


나는 그런 거래처가 좋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어떤 업체로 보일지,

그들이 내 메일을 열었을 때

기계처럼 응답하고 있는 건 아닐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윤을 남기되,

마음을 남기고 싶다.

계약서를 넘기되,

서로를 지우고 싶진 않다.


나는 그런 거래를

하고 싶고,

받고 싶고,

기억되고 싶다.


좋은 거래처가 나타나면 바꿀 생각이 든다고,

그렇게 쉽게 느껴지는 건

정이 없기 때문이겠지.


반대로,

정이 있는 사람은

조금 불편해도,

조금 늦어도

잘 안 잊힌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업체,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