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다 보면,
마음이 먼저 다치는 날이 있다.
계산이 틀어진 것도 아닌데,
계산 외의 것들이 흔들리는 날.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대량 납품이 잡혀 있었다.
한 업체에 견적을 받았고,
나는 그 금액을 기준으로
고객에게 견적서를 넘겼다.
며칠 뒤, 고객으로부터 최종 컨펌이 왔고,
나는 입금을 받은 뒤
그 업체 사장님께 발주를 넣었다.
그제야 전화가 왔다.
사장님의 목소리는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제가... 그때 견적을 잘못 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잠깐 멈췄다.
이미 고객에게 금액을 확정했고,
지금 와서 가격을 올릴 수는 없었다.
“사장님,
이건 금액이 커서 고객께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는 나름의 고충도,
당황함도,
무기력도 함께 담겨 있었다.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건
항상 금액 자체가 아니라,
그걸 마주해야 하는 순간의 복잡함이다.
나는 사장님의 마음도 짐작했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계산서가 틀어졌을 때의 침묵,
마음속으로 숫자를 몇 번이고 되새기는 시간.
그 밑지는 기분을 나는 잘 안다.
그래서
위로 같은 위로를 건넸다.
“저도 이런 일 겪어봐서 알아요.
얼마나 놀라고 속상하신지…”
많은 업체들이
이런 상황이면 다시 안봐도 된다는 듯 납품 자체를 거절한다.
실수는 실수고, 손해는 손해다.
이유와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만 남는다.
그런데,
그 사장님은 다르게 행동했다.
“제가 실수한 거니
이번 건 그렇게 드릴게요.
제 실수값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사장님,
말씀을 참 예쁘게 해 주셔서
위로받았네요.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무언가가 턱, 하고 가슴에 걸렸다.
그의 말은
아무렇지 않은 듯 흘러갔지만,
내 마음 한쪽에서는
그 문장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말 한마디가
이토록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는 손해를 봤지만
태도로 품위를 지켰고,
말로 관계를 지켜냈다.
나는 그날 이후로
말의 힘을 믿게 되었다.
좋은 사람은
좋은 말로 사람을 안심시키고,
그 말은
손해도 덜 아프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은
결국 좋은 사람에게 보인다는 걸
나는 그날 배웠다.
사업은 숫자와 기한과 계약서로 이루어지지만,
그걸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건
이처럼 ‘예쁜 말’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