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한 일이었다.
그냥 재고 확인.
그저 한 줄이면 될,
"있습니다" 혹은 "없습니다"라는 짧은 대답 하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일이
내 감정을 이틀, 삼일씩 붙잡아뒀다.
메일을 보냈다.
읽음 표시가 떴다.
기다렸다.
하루가 지났다.
답이 없었다.
오전이 되자 나는 다시 메일을 보냈다.
역시 읽혔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정오가 지나고,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가까워졌을 무렵,
나는 조용히 화가 났다.
무시당한다는 기분.
아니, 내가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점점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확인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말했다.
“그럼 그 말을 메일로라도 보내주셔야죠.”
그는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다.
기계적으로.
입력된 문장처럼.
그 말에는 설명도, 상황도, 감정도 없었다.
다음 날.
또 기다렸다.
답은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 “죄송합니다.”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했다.
“제가 듣고 싶은 건, 상황이에요.
지금 너무 기계적으로 일하시는 거 아닌가요?”
담당자는 “빨리 확인하겠다”라고 했고,
그날 오후, 결국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이틀 넘게 기다렸던 그 모든 시간은
‘없습니다’라는 결론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기다린 건 재고가 아니라
‘말’이었다.
“지금 상황이 이래서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내부 확인 중에 있습니다.”
“곧 연락드릴게요”
그런 문장들 하나 없이
나는 홀로 재고라는 이름의 공백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늦어서 죄송합니다.”
나는 말했다.
“저도 일하는 사람이라 이해하려고 했어요.
상황 설명만 해주셨어도
저는 다른 플랜을 짤 수 있었어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는 조용히 “네”라고 했다.
나는 그 “네”를 듣고,
기계도 이렇게 대화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와 나 사이엔
무형의 벽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그건 단순히 ‘무대응’이 아니라
‘대화를 피하는 태도’였다.
나는 여전히 그 직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상사에게 혼나고 있었던 걸까,
말할 권한이 없던 걸까,
아니면 애초에
말을 통해 관계 맺는 방식 자체를 잊은 걸까.
하지만 나는 안다.
말 한 줄이,
“아직 확인 중입니다”
그 한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은 말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존재다.
기계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기계는 적어도,
침묵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