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하다가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넘긴 파일의 인쇄 직전이었다. 일러스트 파일에서 캐릭터의 선 모양이 이상하다고 했다. 캐릭터 원본 파일을 보내주면 한 번 더 확인하겠다고 했다. 목소리는 아주 상냥했다. 침착했고, 무엇보다 진취적이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캐릭터까지 훑어보고 아, 이 사람은 다르구나.
보통은 그렇지 않다. 정말 그렇다.
첫째, 문제가 생기면 귀찮아한다. "이거 저희 쪽 일 아니죠?"라며 슬쩍 넘긴다. 아니면 한숨부터 쉰다.
둘째, 파일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그냥 기계처럼 인쇄를 넘긴다. "고객님이 보내주신 대로 했습니다"라는 방패 뒤에 숨는다.
셋째, 문제를 알아차리고도 "원래 이렇게 왔어요"라며 오히려 책임을 돌린다. 뻔하다. 익숙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달랐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떻게 해결할지 먼저 생각했다. 분명 번거로운 절차이고 시간이 지연될 거였다. 그래도 나에게 연락을 주었다. "캐릭터 원본 보내주시면 제가 확인해 볼게요." 말끝이 부드러웠다. 톤이 좋았다. 나는 파일을 보내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덕분에 인쇄 전에 오류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 하나에 일이 다르게 흘렀다.
너무 고마웠다. 정말 믿음직스러웠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이 얼마나 드문가.
거래처라는 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람을 신뢰할 수 있어야 관계가 오래간다.
나는 앞으로 이 업체는 믿고 맡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결정은 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작은 태도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다.
파일 하나, 선 하나, 그걸 귀찮아하지 않고 본다는 것.
그 태도는 숫자나 단가로 환산할 수 없는 값이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배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거고,
신뢰는 이런 작은 순간에서 쌓인다는 걸.
그렇게 오늘의 전화 한 통이, 내 하루를 조금 더 좋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