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 의욕이 사라질 때가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도 손이 움직이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지만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다. 바쁠 땐 바빠서 지치고, 여유가 생기면 갑자기 무력해진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며칠 쉬면 나아지겠지 싶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충전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안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올해가 내내 그렇다. 그렇게 6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일이 몰릴 땐 그만하고 싶다고 속으로 말한다. 몸이 버거워지고, 사람에게 치이고, 마음이 닫힌다. 쉬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냥 멈추고 싶다. 그런데 막상 한가해지면 또 불안하다. '뭐가 잘못 됐나?' 괜히 나만 멈춘 것 같고, 세상에서 밀려난 기분이 든다.
이제야 나는 쉼이 아니라 멈춤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게 됐다. 바빠서 지쳐도 싫고, 한가해서 위축돼도 싫고, 도대체 나는 언제 제대로 움직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충만해지는 걸까.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뭘 그리 태웠나 싶다. 제대로 불태운 적도 없이, 그저 바빴다는 이유로 마음이 닳았다. 쏟아부은 게 없다면 닳을 것도 없지 않나 싶은데, 왜 이리 속이 비어 있는 것 같을까. 마음은 늘 어딘가 멍하고, 눈은 흐리며, ‘해야지’보다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체념이 더 먼저 든다.
그런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런 마음도 괜찮다고. 의욕이 없다고 해서 내가 멈춘 사람은 아니라고. 나태해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잘하려고 애쓴 흔적일지도 모른다고. 타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쓸모없는 건 아니라고. 불이 꺼져 있는 시간에도, 연기는 위로 솟는다. 지금은 그냥 그런 시간일 뿐이라고.
그렇다고 마냥 스스로를 두둔할 수만은 없다. 마음속에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나에게, 약간은 쌀쌀맞게 말하는 나. “그럼 언제 할 건데?” “이대로 괜찮아?” “아무도 너 대신 너를 일으켜주지 않아.” 그 말이 가끔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듣는 것보다, 내가 나한테 해야 하는 말. 부드럽고 다정하게, 하지만 아주 정확하게.
나는 안다.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일하는 나 자신이 가끔 싫은 거다. 내가 기대만큼 빛나지 않는 게 싫고, 더 잘하지 못하는 게 아쉽고, 불완전한 상태로 누군가 앞에 서 있는 게 두렵다. 그래서 계속해서 도망치듯 쉰다. 하지만 쉼이라는 이름으로 숨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어깨 위에 남아 있다. 쌓아온 것, 기다리는 것, 살아내야 할 것들.
그러니 오늘은 너무 높지 않은 기준으로 다시 시작해본다. 아주 작은 단위로. 오늘 할 수 있는 일 하나만 해보기. 이메일 하나만 쓰기, 디자인 하나만 정리하기, 메모 하나만 정돈하기. 그리고 그걸 해냈다는 걸 잊지 말기.
작지만 끝까지 했다는 것, 그 자체로 자신을 다독여보기.
나는 불이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타버린 재도 아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 언제든 다시 불붙일 수 있는 심지다. 다시 태우고 싶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불씨는 늘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