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창기 때는 주말도 밤도 없었다. 토요일도 가게 문을 열었고, 집에 와서도 주문서를 정리하고, 견적서를 만들고, 다음 주 일정표를 짰다. 전화가 밤 열한 시에 와도 받았다. “사장님, 이건 어떤 재질이에요?”, “오늘 주문하면 언제 받아요?” 같은 짧고 단순한 질문에도 마음이 덜컥였고,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다. 혹시라도 지금 이 타이밍을 놓치면 이 고객은 다시 나를 찾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쉬지 않고 일했다. '자영업'이라는 단어의 그 억센 고집이, 삶의 거의 모든 틈에 박혀 있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나를 갈아 넣어야 이 사업이 돌아간다고. 그래서 기꺼이 갈았다. 나의 시간과 수면, 식사와 휴식, 아이와의 대화 시간까지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그렇게 움직였다. 불안과 욕망이 번갈아 나를 밀어붙였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돼. 남들은 다 하고 있어. 난 아직 부족해.’ 작은 성과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 더 태워도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게 성장이고 책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주말에 가게 문을 닫는다. 집에 와서는 티브이의 예능을 틀어놓고 누워 있다. 가끔은 낮잠도 잔다.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천장을 보거나, 아이가 보는 유튜브를 옆에서 따라 보기도 한다. 메시지가 와도 평일 업무시간에만 확인한다. 처음엔 불안했다. 이래도 되나? 나 지금 나태해진 거 아니야? 나만 멈춘 건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게, 안 무너졌다. 사업도, 삶도, 나 자신도. 주말에 문을 닫았다고 해서 고객들이 다 떠나는 것도 아니었고, 답장을 늦게 했다고 해서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내가 쉬고 나면 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더 따뜻하고 여유로워졌다. 실수도 줄었고, 결정도 더 정확해졌다.
이제는 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나는 ‘생존’에 가까웠다. 숨을 쉴 틈이 없었고, 누가 어깨를 툭 치기만 해도 주저앉을 만큼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고무줄을 조금 느슨하게 푼다. 조이고, 풀고, 또 조이고, 그런 식으로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제는 그걸 다스릴 줄 아는 나를 갖게 되었다. 그게, 성장이다.
나는 예전보다 일을 덜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이 더 ‘일 잘하는 사람’ 같다고 느낀다. 단단하게 계획을 세우고, 적당히 포기할 줄 알며, 무엇보다 나를 아끼는 법을 배운 사람. 매출보다 리듬을, 효율보다 마음의 여유를 우선순위로 두는 삶. 그건 게으름이나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함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주 부지런하지 않던 내가 되어버린 건 아니다. 지금도 가끔은 예전처럼 일하고 싶어진다. 몰아치는 에너지 속에서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 느낌, 그 짜릿함을 나도 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스쳐 지나가도록 둔다. 그 시기를 나는 충분히 살았고, 이제는 다른 계절을 살아가는 중이니까.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주말에는 뭐 하세요?’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쉬어요. 아주 열심히, 쉬어요.” 쉬는 것이 나를 살리고, 삶을 살맛 나게 한다는 걸, 나는 이제야 제대로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