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하나를 정리하며.

by 이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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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루가 유난히 길다. 매출은 내려갔고, 체력은 줄어들고, 마음도 따라 움츠러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 이것저것 해보자는 기세보단, 그저 큰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러니 어느새 매일을 버틴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여유가 아닌 정체, 여백이 아닌 멈춤, 그 중간쯤에 있다.


나는 지금, 내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막막한 시기에 있다. 예전에는 일이 없어도 기획서를 썼고, 브랜딩을 정비하고, 작은 이벤트를 기획했다. 매출이 없을 땐 오히려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많은데도 의욕이 없고, 몸에 기운이 없다. 번아웃이란 말이 맞다. 달리고 싶지만 숨이 가쁘고, 쉬고 싶지만 불안해서 눕지 못하는 상태. 가만히 있으면서도 쉬지 못하고, 움직이면서도 나아가지 못하는 어중간한 자리.


거기다 AI 도입 이후 마케팅은 더 이상 감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컨설팅을 받아보면 이건 솔루션이 필요하고, 저건 시스템이 필요하고, 전부가 투자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투자가 과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인가 하는 불확실함이다. 물론 모든 투자가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걸 안다. 예전의 나였다면 앞으로 나아갔을 거였다. 하지만 요즘 시점에서의 지출은 돈이 아니라, 생존의 갈림길이 될 수 있는 판단이다. 그래서 무서웠다. 하던 대로만 하자,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누군가 그랬다. “경기는 안 좋아도, 사람들은 여전히 소비를 해요. 중요한 건, 돈이 어디로 다니고 있는지를 아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멈췄다. 경기가 안 좋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버텨야 할 계절’로만 분류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내 세계가 도태되고 있는 조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조용히, 빠르게, 다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는 거둘 때다. 시작은 많았다. 내 안에서 솟은 욕망, 열정,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의 브랜드를 벌려두었다. ‘일단 해보자’는 다짐으로 시작했던 일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겠다. 모든 일을 다 품을 수는 없다는 걸. 모든 브랜드를 다 키울 수는 없다는 걸. 어떤 것들은, 애초에 내 에너지를 너무 많이 빼앗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에너지조차 부족한 시기다.


정리해야 한다. 사랑했지만 키워내지 못한 브랜드, 가능성은 있었지만 현실성 없던 기획, 혹은 너무 많은 감정이 소모되지만 그만큼의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아 더 이상 마음을 둘 수 없는 프로젝트들. 나를 수축시키는 것들부터 내려놓자. 그래야 남은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거둔다는 건 실패가 아니라, 남은 것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니 나는 하나씩 내 삶의 텃밭을 정리할 것이다. 그 자리에 낡은 습관과 미련까지 함께 걷어낼 것이다.


거두는 계절엔 아쉬움이 따른다. 그러나 그 아쉬움이 끝이 아니다. 남은 자리를 보듬고, 다시 실험하고, 작게라도 확신을 쌓아가는 시간. 그게 있어야 새로운 ‘시작’도 의미를 가진다. 요란한 시작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조용히 오래가는 것을 택할 것이다. 그 첫걸음이,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이라 믿는다. 거두는 것조차도 용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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