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글을 잘 쓰는 것은 무기가 아니다.

by 이손끝


ChatGPT Image 2025년 7월 17일 오후 04_20_25.png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다. 원래도 많았지만, AI에이전트의 등장으로 더 많아졌다. 할 말을 정확히 전하고, 유려하고, 간결하고, 어떤 이들은 타이핑 속도보다 사유의 속도가 빠르다. AI는 쉼 없이 글을 써내고, 포털은 하루에도 수만 개의 콘텐츠로 넘실댄다. 텍스트는 이제 넘쳐나는 상태다. 그러니, 글 좀 쓸 줄 안다고 하던 게 더 이상 내 장점이나 매력이 되지 못한다. 앞으론 텍스트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나는 그것을 너무 오래 믿어 왔지만, 이제는 부정할 수 없어졌다. 아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은 내 탓이 아니라, 시대의 밀도와 포화 때문이다. 마치 유통기한 지난 빵처럼, 어떤 글은 쓰기도 전에 상해버린다. 제목을 고민하는 동안 누군가는 같은 주제로 3개의 글을 발행해 버린다. 정성껏 읽고 단 댓글과 자동화로 단 댓글의 차이를 알 수가 없어졌다. 글은 더 이상 무기가 아니다. 적어도, 글 자체론 그렇다.


나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나의 다음은 영상, 자동화, 기획 콘텐츠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실시간으로 감각을 끄는 것. 그 안에 흐르는 진짜 사람의 온기. 메시지를 기획하고, 정리하고, 시스템에 녹이는 일.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내가,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의 파도 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정서적 여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매 순간 마케팅을, 자동화를, 퍼포먼스를 공부하며 내 한계를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남을 인사이트와 만날 거란 희망도 품고 있다.


요즘은 책을 많이 읽는다. 그것도 트렌드에 관한 기술서적이나 콘텐츠의 미래에 대한 책, 살기 위해 강의를 찾아 듣고 있다. 누군가 말한다. 요즘 소비자는 감동을 원하지 않는다. 귀찮고 구차한 건 딱 질색! 편리함을 원한다. 시스템을 찾는다. 그러니 브랜드도, 콘텐츠도, 글도, 마음보다 구조가 먼저여야 한다. 그런 말에 상처받기보다는, 되려 내가 얼마나 감성에 기대어왔는지 돌아본다. 나는 나를 팔아왔고, 내 진심을 콘텐츠화해 왔으며, 그것이 꽤 오래 유효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조화되지 않으면 흘러가버린다. 감정도, 문장도, 콘텐츠도.


그래서 나는 기획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정리된 주제, 반복 가능한 콘텐츠, 자동화 가능한 수익 구조. 내 감정을 복제해도 변질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법. 그것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살아 있는 영상. 눈으로 보여주는 힘은 강하다. 텍스트는 스크롤을 유도해야 하지만, 영상은 눈을 붙잡는다. 그것이 곧 체류 시간이고, 수익이고, 전환이다. 나는 이제 감동보다 전환을 공부하고 있다. 매출을 만드는 감동, 신뢰를 전환하는 설계. 그게 가능한 시대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가끔, 늦은 건 아닐까 싶어 두렵기도 하다. 이 나이에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려는 내가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 들었기에 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믿는다. 나는 덜 조급하고, 더 치밀하다. 겪은 실패가 있고, 쌓아온 자산이 있으며, 무엇보다 ‘이젠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는 진심이 있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알아버렸다. 이젠 글만 쓰며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지금 나는 공부 중이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실험하고 있다. 그것이 당장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이 긴 불확실의 시간을 견디는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이란 결국, 낙관 없이 꾸준히 절망을 넘는 일이다. 나는 이제 이 절망의 끝에 작은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텍스트가 전부였던 시간을 지나, 시스템과 시각과 기획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다시, 나의 전술을 고민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1인 사업자의 생존전략 : 자동화로 감정을 지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