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제작은 그만, 이젠 기획 굿즈로 갑니다.

by 이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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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언제나 마음이 먼저다. 마음이 움직이면 손이 움직이고, 손이 움직이면 일이 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그동안 운영해 온 굿즈제작 브랜드 커스텀포유. 사실 맞춤제작에 자부심을 느꼈고 긴 시간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상담을 했고, 한 명 한 명 요청을 반영해서 만들었고, 그에 맞춰 디자인하고 수정하고 확인했다. 처음엔 정성이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것은 피로로 변했고, 애정을 깎아먹는 일이 되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에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날이면 내가 사랑했던 모든 시간이 부정당하는 느낌에 멘탈이 흔들렸다. 정성으로도 감당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바꾼다. ‘고객 맞춤’이 아닌 ‘기획 판매’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정확히 전한다. 바꾸기로 결심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렇게 속이 시원한 일이었나. 사람마다 다 다른 니즈에 맞추느라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이젠 나의 감각과 기획력으로 시장을 설득할 차례다.


결정하고 나니 아이디어가 솟는다. 하나둘씩 문장이 되고, 그림이 되고, 제품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머릿속이 마치 편집샵 진열대처럼 바쁘다. 머그컵 하나도, 텍스트 하나도, 나는 다 기획해서 전시하듯 보여주고 싶다. 감각이 깨어나고, 오래 잠들었던 에너지가 돌아온다. 이것은 단지 재정비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비즈니스로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고객이 중심이었고, 나는 늘 요청에 응답하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내 감각과 기준이 중심이다. 굿즈는 내 메시지를 실은 작은 매체가 된다. 말 대신 굿즈로 말하고, 문장 대신 제품으로 감정을 전하고 싶다.


스마트스토어샵을 재단장하고, 판매를 멈췄던 쿠팡에도 다시 입점하기로 한다. 이외 다양한 편집샵에도 입점한다. 거대한 플랫폼의 바다에 내 조그만 배를 띄우는 기분이지만, 이번에는 방향을 알고 출항하는 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설렌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오래전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그 두근거림이 돌아온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재미와 실익이 함께 올 것 같은 희망. 나는 그런 희망이 필요했다. 지친 시간을 돌파하는 건 결국, 이 희망이라는 감정 하나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맞춤보다 제안을 원할 때가 많다. 어떤 방향이 좋을지, 어떤 조합이 예쁜지, 어떤 언어가 마음을 누르는지. 나는 그걸 기획할 수 있다. 마음을 눌러주는 문장과, 감각을 자극하는 제품, 실용성을 품은 감성. 굿즈를 물건이 아닌 감정의 형태로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잘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기획안이 몇 개 놓여 있다. 손으로 직접 써보기도 하고, 조각조각 이미지를 붙여보기도 한다. 마치 학생 때 하던 스크랩북 만들기 같다. 정해진 형식도 없고, 마감일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스스로 몰입하게 되는 그 집중감. 이 모든 게 ‘하고 싶다’에서 시작된다는 것. 내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일하기로 결심한 오늘, 나는 다시 창작자다. 디자이너이자 판매자이고, 동시에 브랜드의 기획자다.


커스텀포유는 이제 ‘굿즈로 나를 커스터마이징 하다’는 슬로건을 품게 된다. 의미를 새기고, 감정을 담고, 소비를 경험으로 바꾸는 셀렉샵. 더 이상 1:1 주문에 갇히지 않고, 나의 시선과 감각으로 선별한 것들을 제안하는 브랜드. 그게 이번 변화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 변화가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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