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한 사업을 한다.

by 이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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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인영업을 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에게 내가 무얼 하는지 굳이 알리지도 않는다. 그건 나를 감추는 행동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태도다. 누군가에게 내 일을 설명하는 순간, 그 설명은 종종 기대가 되거나 요청이 되거나, 때로는 압박이 되어버린다. “이런 걸 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사주세요”로 들릴까 봐, 그래서 그 말이 상대에게 은근한 부담이 될까 봐 망설이게 된다. 나는 그런 마음을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받고 싶지도 않다.


사무실을 열 때도 개업식을 하지 않았다. 현수막을 걸지도 않았고, 지인 단체방에 링크 하나 공유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시작했고, 혼자서 차분히 쌓았다. 한참 뒤에야 내가 하는 일을 알게 된 지인이 “왜 말 안 했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스스로 살아남고 싶었고, 지인이 사주지 않아서 망할 사업이라면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그건 허세가 아니라 솔직한 내 방식이었다.


내가 파는 게 무언지 캐묻던 지인은 결국 내게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에게 서운하지 않았다. 그가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내게 돈을 지불하곤 “내가 네 거 사줬으니 너도 내 거 사줘야지”라는 방식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에 물건이 끼어들면 그 관계는 순수하지 않게 된다. 나는 물건을 팔면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관계로 물건을 팔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인을 고객으로 여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 순수하게 내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응한 사람, 그 사람이 내 고객이라고 생각했다.


내 성격이 이래서 오프라인 영업도 하지 않는다. 어디 찾아가서 내 것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거절당하고, 미소 지으며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숨이 막힌다. 나는 관계에서 거절당하는 일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방식은 아주 명확하다. 아웃바운드 영업은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을 내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정성껏 쏟는다. 온라인 채널에 콘텐츠를 쌓는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정보를 정리하고, 나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공간을 누군가가 우연히 찾고, 내 이야기에 반응하고, 구매로 이어진다면, 나는 그 과정을 내 방식대로 살아냈다고 느낀다.


물론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더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람을 만나 영업하는 사람이 한 달에 이룰 매출을 나는 석 달이 지나서야 달성한다. SNS에 매일 노출되고, 메시지를 돌리고, 단체방을 운영하는 방식의 수익성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 직원이 오프라인 영업을 다녔고, 그릇을 넘치게 채워봤던 과거가 있었다. 하지만 넘치는 물은 결국 흘러내렸고, 남은 건 피로감과 공허함뿐이었다. 나는 이제 내 그릇에 맞게 채우는 삶을 선택했다. 그게 작아 보여도, 내 손으로 정직하게 담긴 결과라면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나는 세상을 향해 조용히 문을 열어두는 사람이고 싶다. 문을 열고 서 있지는 않지만, 내가 만든 공간을 단단히 비워두고, 그 빈자리로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람. 나를 찾은 누군가가 진짜로 나를 이해하고, 나의 일에 반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다가오는 방식을 나는 더 믿는다. 그 느림과 정적이 때로는 사업의 속도를 늦추지만, 그 대신 나를 잃지 않게 해 준다. 그게 내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내 모습 그대로 살아남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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