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와 콘텐츠 작가

글쓰기로 살아가는 법

by 이손끝

나는 디자이너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디자인보다 더 많이 하고 있는 일이 글쓰기라는 걸 깨달았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글을 썼고, 유튜브 영상을 찍기 위해 대본을 썼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이미지를 위해 짧고 강렬한 문구를 썼다.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 카피를 쓰기도 했다. 정작 디자인보다 글이 내 하루를 더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놀러 온 사람들이 타닥타닥 울려대는 키보드 소리를 듣고 “뭘 그렇게 기계처럼 치느냐”라고 물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맞다. 나는 종일 글을 생산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업 초기 1년 차에는 열정으로 버텼다. 2, 3년 차에는 매출이 최고점을 찍으며 기세를 올렸고, 4년 차에는 안정화를 이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글쓰기의 패턴이 기계처럼 굳어지고, 로직의 변화와 플랫폼의 정책 변화에 얻어맞으며 다시 무너졌다. 그때야 알았다. 상업적인 글이라고 해서 단순 반복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상업적인 글일수록 기획이 창의적이어야 했고, 시대의 변화를 담아야 했다. 결국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글쓰기를 창조해야만 살아남았다. 다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과정이 설렌다.


돌아보니 나는 디자이너라기보다 콘텐츠 마케터, 콘텐츠 작가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다행히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고, 지금도 버티고 있다. 디자인은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한다. 작업 지시를 받는 순간부터 숨이 막히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식욕마저 사라졌다. 장기까지 긴장했는지 체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글은 달랐다. 잘 쓰든 못 쓰든 과정이 즐거웠고, 실패해도 다음에 다시 쓰면 됐다. 글은 내게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였다.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여전히 디자인은 내 도구지만, 글쓰기가 내 무기다. 도구와 무기의 한 끗 차이. 그 지점을 예리하게 느끼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의 뿌리에 글쓰기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는다. 이제는 더 세심하게, 내 영혼이 움직이는 쪽으로 발을 옮겨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나도 살고, 미래의 나도 살아갈 수 있다. 디자인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글은 나를 살게 한다. 디자이너에서 콘텐츠 작가로, 내 정체성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디자이너에서 콘텐츠작가로


이손끝이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생각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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