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버티는 법
나는 누구에게 기대거나 힘든 내색을 잘하지 않는다. 말해봤자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고, 마음을 위로받는 시간에 다시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더 나았다. 분노도, 서러움도, 외로움도 혼자 삭이는 쪽이었다. 사업을 할 때도 예외는 아녔다. 매출이 좋아도 호들갑을 떨지 않고, 나빠도 축 처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의 내 마음은 조금 달랐다. 작년부터 매출의 하락 그래프가 시작돼 올해 8월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한두 달이 아니었다. 무려 일 년 넘게. 별 방법을 다 써도 나아지질 않았다. 나는 주변에 사업하는 지인들이 없기에 조언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간혹 우리 사무실에 오시는 다른 업종 사장님들의 이야기는 나를 위로하지 못했다.
오늘은 월요일.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불현듯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을 맞았는데도 메일함이 썰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의가 없었던 적도 없었다. 한때는 오전 내내 밀린 메일 답장만 하느라 정신이 없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그 간극이 서글프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에 숨이 얕아졌다. 밥맛도 없었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결국 점심시간이 지나 거래처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평소 마음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장님이었다. “다름이 아니라…”로 시작한 내 말은, 어느새 장사가 안 되고 불안하다는 하소연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털어놓는 나 자신이 낯설면서도, 동시에 안도했다.
사장님은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가 말했다. '요즘 다 그렇다. 지금이 체감상 IMF보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사장님이 업력이 짧아서 큰 부침을 다양하게 겪어보진 못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 일을 30년 해봐서 안다. 매출은 그렇게 파도처럼 올랐다 내렸다 한다. 하지만 역시 매출이 떨어지면 사장님 본인도 힘들다. 살아야 하니까.' 그러면서 내게 조언을 해주셨다. "이럴 때는 억지로 매출에 매달리기보다 상품을 개발하거나 사업의 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시간을 쓰는 게 나아요. 주변 동료들 모임도 좀 나가서 함께 이야기하면 조금 마음이 나아질 거예요." 통화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여전히 메일함은 썰렁했지만, 이 시기를 나만 겪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같은 상황인데도,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인식 하나가 마음을 덜 무겁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사업은 늘 롤러코스터였다. 잘 벌 때는 내가 잘해서 그런 줄 알고, 매출이 떨어질 땐 모든 책임이 나에게만 있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 경제의 파도, 소비자의 변덕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버티고, 어떤 시선을 유지하느냐였다. 오늘도 메일함은 비어 있었지만, 나의 하루가 텅 빈 것은 아니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짧은 공감이 작은 등불처럼 켜져 있었으니까.
사업을 하며 가장 힘든 건 매출의 굴곡이 아니라, 마음의 굴곡인지도 모른다. 한때는 오전 내내 답장만 하던 메일이, 오늘은 한 통도 오지 않는 날이 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무너지는 대신 나를 다잡아야 한다. 불안과 무기력이 몰려올 때, 그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어도 숨을 고를 수 있다. 오늘의 나는 그 사실을 조금 배웠다. 꼭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세상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것만으로도 나는 내일을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