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시장의 틈을 찾는 법
나는 디자인 사업을 하며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디자인을 중심으로 인쇄물 제작을 대행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고객은 직접 디자인을 할 수 없었고, 인쇄소는 개인 고객과 소통하기 번거로워했다. 그래서 그 사이에 내가 있었다. 고객의 필요를 듣고, 디자인을 만들고, 인쇄소와 연결해 결과물을 완성하는 일. 말하자면 중간의 자리였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다. 무료 툴이 쏟아졌고, 거기서 만든 디자인은 놀라울 만큼 예뻤다. 누구나 조금만 배우면 카드뉴스며 전단지며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무료 툴과 연계된 인쇄소 플랫폼은 고객이 직접 파일을 올리고 결제만 하면 바로 인쇄까지 해결해 버렸다. 처음엔 와닿지 않았다. 일부만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 2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놀랍도록 많은 고객들이 이미 무료 툴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직원이 퇴사하면서 이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홈페이지에 공지로 인쇄물 제작 대행은 종료를 알렸다. 공지를 보지 못한 고객이나 연세가 많아 직접 하시기 어려운 분들 요청에 가끔 맡아드리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는 사업이라 부르기 어려웠다. 소규모 인쇄만 맡는 일은 유지가 아니라 생색에 가까웠다.
얼마 전,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에게 전화를 걸어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이미 고객과 직접 만나는 디자인 업무를 접었다고 했다. 대신 플랫폼에 디지털 파일을 올려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십, 수백 개의 파일을 올려야 하고, 그중 무엇이 선택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해. 어떻게든 매출이 나는 방향으로 빨리 실험하고 진입해야 해.”
이 말이 바늘처럼 가슴에 꽂혔다. 나도 알고 있었다. 지금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걸. 하지만 “다른 길”이라는 말이 나오자 현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혼란스러우면서도 동시에 희망처럼 들리기도 했다.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위로가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결국 이 시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고객이 원하는 건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지금 당장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솔루션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장의 틈을 보고 있다. 언제 어떤 방향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불안하다. 매출은 줄고, 기존의 방식은 닫혀간다. 하지만 동시에 열린 문도 있다. 콘텐츠, 플랫폼, 자동화, 새로운 고객 경험. 어쩌면 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이미 좋아하고 꾸준히 해온 것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디자인과 글쓰기, 그리고 그것들을 콘텐츠로 엮어내는 일. 이 두 가지가 결국 나의 다른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료의 조언은 내 안에 날카롭게 남아 있다. 그러나 바늘은 찌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새로운 길을 꿰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지금의 상처 같은 조언이, 언젠가는 내 삶의 직물을 다시 이어주는 바느질이 되리라 믿는다.
이 글은 이손끝이 내향인 사장의 사업일기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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