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영턱스클럽 '정' 발표회에 제외된 춤 선생

2화

by 이손끝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춤을 정말 잘 췄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믿었다. TV에서 가수들의 무대를 보면 이상하리만치 빨리 동작이 외워졌다. 손의 각도, 어깨의 리듬, 표정까지 그대로 따라 했다. 그래서 반 아이들 사이에서는 ‘춤 좀 추는 애’로 통했다. 그 무렵 유행하던 노래는 영턱스클럽의 ‘정’. 나는 그 노래의 안무를 완벽히 외웠고, 언제든 무대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말했다. “오락 시간을 가질 거예요. 노래나 춤, 뭐든 하고 싶은 친구는 신청하세요.” 순간 내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무대에 설 기회가 온 것이다. 나는 친구들을 둘러봤다. 아이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팀을 꾸리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영턱스클럽을 함께 할 나머지 4명의 아이들을 속으로 점찍고 있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다가가 나와 함께 하자고 말했다. “내가 안무를 다 외우고 있어. 나랑 같이 하자.” 내 제안에 아이들 사이에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예쁜 아이 중 한 명이 나를 훑어보며 말했다. “임성은은 메인보컬이니까, 네가 그 역할은 좀... 대신 우리 춤은 가르쳐주는 건 어때? 춤 선생님!”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함께 무대에 설 사람’이 아니라, ‘무대를 완성시켜 줄 사람’이었다. 나의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얼굴은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다는 거였다. 그래도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가르쳐줄게.” 그렇게 나는 다섯 명의 춤 선생이 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동작을 따라 했다. 나는 음악을 틀고 박자를 세며 동작을 설명했다. “여기서 팔을 살짝 비틀고, 고개는 이쪽으로 돌려야 돼. 그래야 자연스러워.” 아이들은 웃으며 내 말대로 따라 했다. 그들의 움직임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합이 맞을수록 묘한 감정이 들었다. ‘저 무대에 나도 올라가고 싶은데.’ 하지만 입 밖으로는 내지 못했다. 대신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혼자 그 안무를 다시 췄다. 손끝까지 완벽하게. 그때마다 눈물이 맺혔다. 내가 만든 공연인데, 무대엔 내가 없었다.


발표회 날, 아이들은 머리에 반짝이는 머리띠를 하고 분홍색 스커트를 입고 나왔다. 교실 안이 떠나가라 환호가 쏟아졌다. 나는 교실 뒤쪽에 서서 음악을 틀었다. 그들의 동작은 정확했다. 내가 가르쳐준 대로였다. 선생님이 “정말 잘한다!”며 박수를 쳤고,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때 내 가슴은 이상하게 먹먹했다. 자랑스러움과 함께 밀려든 건 깊은 좌절감이었다. ‘나는 왜 저기 서 있지 못할까.’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세상은 노력보다 외모가 더 먼저 환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못생겨서 무대에 못 선 아이.’ 스스로 붙인 그 이름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그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춤을 췄다. 누구도 보지 않아도, 나 혼자라도. 그게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때의 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단순히 외모 콤플렉스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었다. 누군가의 무대가 아닌, 나만의 무대를 갖고 싶었던 열망이었다. 그날의 눈물은 자존심의 상처이자, 나라는 사람의 시작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이미 예술가였다.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아도 표현하려 했고, 배제되어도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대 위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 무대를 만든 사람은 나였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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