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매출이 줄어들 때면 자꾸 마음이 약해진다. 예전에 내 원칙에 어긋나서 단칼에 거래를 끊었던 곳들이 자꾸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건은 참 좋았는데, 그냥 참고 넘길 걸 그랬나?"
"돈 벌려면 내 자존심 좀 죽여야 하는 거 아닐까?"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미루고,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따지듯 말하던 무책임한 사람들. 그런 태도가 보기 싫어 거래를 끊은 곳이 벌써 열 곳이 넘는다. 예전엔 그게 내 자부심이었는데, 요즘은 그 단호함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자꾸 움츠러든다. '태도 불량' 정도는 사업할 때 내야 하는 '거래세'라 생각하고 억지로라도 참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세금이 아니라 나를 갉아먹는 '낭비'였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은 돈보다 '에너지'다. 무책임한 파트너와 실랑이를 벌이며 기운을 다 빼고 나면, 정작 내가 집중해야 할 창의적인 일이나 소중한 가족에게 쏟을 힘이 남아나지 않는다. 나쁜 파트너와의 거래는 당장 눈앞의 이익은 줄지 몰라도, 결국 내 마음의 평화를 통째로 앗아간다.
나이가 들며 나는 '책임감'이라는 가치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 내가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건, 나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좋은 물건은 어떻게든 다시 찾을 수 있지만, 한 번 무너진 내 기준과 자존감은 다시 세우기 정말 어렵다.
지금 마음이 흔들리는 건 상황이 조금 힘들어서일 뿐, 내 선택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무책임한 이들을 내 인생에서 정리한 건, 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그래.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괜찮다. 비굴하게 얻은 이득보다 떳떳하게 지켜낸 내 소신이 나중에 더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까다로운 원칙을 믿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