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태도다. 태도는 사람이다.

비즈니스의 문장에 대해.

by 이손끝

온라인으로 고객과 대면하는 상담창에는 얼굴이 없다. 목소리의 떨림도, 눈빛의 온도도 전해지지 않는다. 오직 문장만이 오간다. 그래서 채팅 상담을 할 때면 나는 늘 스스로를 다잡아왔다. 한 문장이 곧 나의 표정이 되고, 한 단어가 곧 나의 태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나는 그 기본을 놓쳤다. 외부에 나와 있었다. 이동 중이었고, 동시에 다른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고객과의 채팅 상담을 이어가며 급하게 메시지를 쳤다. 문장은 짧아졌고, 오타는 눈에 띄게 많아졌다. 보내고 나서야 보이는 틀린 글자들. 엉성하게 끊긴 문장들. 화면 속에서는 아무 일도 아닌 듯 메시지가 흘러갔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신뢰가 깨지고 있다는 것을.


목소리와 표정이 읽히지 않는 상황에서 오타는 치명적이다. 그깟 맞춤법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집중하지 못한 마음, 고객보다 내 상황을 앞세운 선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였다. 차라리 “지금은 이동 중이라 조금 뒤에 자세히 안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기다림을 요청하는 정돈된 문장 하나가, 조급하게 흘려보낸 열 개의 메시지보다 훨씬 신뢰를 지켰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 고객은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지 않았고, 설명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많이 겪어서 안다. 신뢰는 거창하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틈에서 조용히 빠져나간다는 걸.


며칠 전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다. 도서 리뷰 제안을 받아 정성껏 글을 썼다. 몇 번이나 퇴고했고, 문장을 고쳤고, 공식 인플루언서 홈이라는 공간에 내 이름을 걸고 올리는 글이니만큼 마음을 다했다. 그런데 출판사 담당자에게서 온 메일의 앞 뒤 인사말을 제외한 본문에는 단 한 줄이었다. “잘 읽었습니다ㅋㅋㅋ.”


순간 눈을 의심했다. 이게 비즈니스 메일이라고? ‘ㅋㅋㅋ’ 세 글자가 가볍게 붙어 있는 문장을 보며 마음이 묘하게 내려앉았다. 내 글이 별로였나. 비웃는 건가. 아니,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아마도 담당자는 아무 의미 없이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대면의 언어는 맥락을 잃기 쉽다. 웃음 표시 하나가 무례로 읽히고, 농담이 조롱으로 오해된다.


그때 떠오른 문장이 있다.

“글쓰기는 말하기와 달리 단어 하나하나가 당신의 태도를 증명한다.”
-William Zinsser


말은 흘러가지만, 글은 남는다. 말은 표정이 보완해 주지만, 글은 스스로 서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단어 하나에도 책임이 생긴다. 오타 하나에도 마음이 담긴다. ‘ㅋㅋㅋ’ 같은 짧은 표현 하나에도 거리감이 만들어진다.


나는 어제의 상담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문장으로 일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문자로만 일하는 사람인가. 바쁘다는 이유로 대충 쓴 문장이 결국 나를 설명하게 내버려 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비대면의 시대에 우리는 얼굴 없이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더 또박또박 써야 하지 않을까. 더 정중하게, 더 분명하게, 더 신중하게. 신뢰는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정돈된 문장 하나에서 시작된다. 문장은 태도다. 그리고 태도는,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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