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차단하겠습니다.

악플에 대처하는 자세

by 이손끝

나는 누군가의 말에 유난히 약하다. 단단한 척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해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만, 단 한 줄의 댓글 문장이 그 모든 수고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똑바로 알고 말하시죠? 모르면 가만히 계시죠?”라는 댓글을 마주한 날이면, 손끝이 얼어붙는다.


나도 사람인데 오류가 있으면 친절히 말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비꼬는 문장을 남긴 상대는 휙 사라졌는데, 나는 그 아이디를 눌러 그의 흔적을 더듬는다.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말을 던졌는지 알아내야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결론 내려야만 내가 덜 부서진다. 하지만 문득 생각한다. 만약 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합리적이고 똑똑한 사람의 비판이라면? 그 앞에서 나는 더 작아진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내가 믿었던 생각을 의심하며, 입을 닫는다.


이런 마음으로 더 거친 글의 세계에 나아가겠다고 말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독자의 말이 더 정확하고 날카롭게 꽂히는 곳에서 나는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단단해진다는 건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상처를 인정하면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차단 버튼을 누른다. 비겁해서가 아니라, 계속 쓰기 위해서다.


세 달에 한 번쯤 누르는 그 버튼은 누군가를 밀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붙드는 장치에 가깝다. 플랫폼에 그런 기능이 없다면, 내 마음속에라도 세워야 한다. 들여보낼 말과 흘려보낼 말을 구분하는 문을.


나는 모든 말을 감당할 만큼 노련하지 않다. 대신 나는, 나를 지킬 책임이 있다. 미안하지만 차단하겠습니다. 그래야 내일도 다시, 문장을 꺼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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