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로그라인: 아직은 재미없는 페이지

로그라인(Logline)

by 이손끝

내 인생을 한 권의 책이라고 상상해 본다. 이미 수많은 날을 지나왔고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내 삶에는 너무나 많은 장면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내 책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면, 짧은 '로그라인(Logline)' 한 줄이 적혀야 한다.


로그라인은 영화나 소설의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을 말한다. 어원을 따라가 보면 배의 항해 일지를 뜻하는 '로그(Log)'와 줄을 뜻하는 '라인(Line)'이 만난 단어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줄로 기록하듯, 우리 삶이 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 같은 문장이다.


마흔을 넘긴 지금, 나는 아직 내 삶을 절반도 채 살아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사람의 수명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 막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나만의 브랜드를 하나하나 일궈가는 지금의 나는 여전히 '성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내 이야기는 아쉽다. 더 흥미로워야 한단 맘이 앞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가끔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한 사람의 삶이 책 한 권이라면, 나의 이야기는 아마도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자리에 서는 것'에 관한 기록일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라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나'라는 사람의 이름을 걸고 세상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과정이다. 때로는 사업가로, 때로는 글 쓰는 작가로 이름을 바꿔가며 살아가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의 빛들을 하나씩 꺼내어 확인해 보는 실험이다.


내 삶이 모두 끝나는 날, 내 인생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에 남을 한 줄은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진짜 나의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했던 소심한 사람의 이야기.' 너무 재미없나. 단순히 무언가를 팔거나 유명해지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다. 매일 글을 쓰고 사업을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멋진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처럼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우리 조금 더 나아가보자"라고 손을 내밀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 책은 아직 절정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무언가 시원하게 터져 줘야 한다. 난관과 갈등도 넣어주고(물론 이건 피하고 싶지만). 어쩌면 지금이 잔잔한 내 삶에 가장 흥미진진한 사건이 벌어지는 페이지일지도 모른다. 훗날 이 항해 일지를 덮는 날, "참 애썼다, 그리고 참 행복했다"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로그라인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소중한 오늘 하루를 한 줄의 문장으로 정성껏 채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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