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아니 둘이 남겨진 방

by 소운

엄마랑 아빠가 부동산 친구들이랑 대만으로 여행을 갔다. 춘천에서 돌아와서도 아직 엄마 얼굴을 못 봤다. 둘째 날은 뜻밖에 공허하고 외로웠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창가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외로운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리추얼을 시도하지 못했다. 팩을 한 채 준비해 준 잔잔하고 슬픈 노래를 들으며 내면을 휘젓는 시간. 무서웠다. 외로웠다. 아직 1박 이상은 안 되는 걸까. 이렇게 무던히 노력하며 살아도 여전히 안 되는 걸까.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만 밤에 혼자 있는 건 아직은 역부족인가. 내일 엄마가 온다. 아니 열두 시가 넘었으니까 오늘이다. 오늘 밤은 덜 외롭다. 어제는 침대 위에 올라와준 솜이가 거실로 가버릴까 봐 자는 내내 움직이지도 못하고 이불도 덮지 못한 채로 잤다. 감기가 더 심해졌다. 솜이도 엄마도 영영 돌아오지 않는 날이 오면 나는 그 밤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자꾸만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게 습관이 되고 있다. 아닌 척하지만 또다시 상실을 마주했을 때 그때만큼 아프고 싶지 않아서 나오는 행동이다. 자꾸만 영원에 집착하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알뜰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