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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Dec 23. 2021

무관심하지 마라

세상에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무관심하지 말라"


매일 쏟아지는 세상의 어지러운 소식들은 나의 작은 세상에 끊임없이 두려움이라는 돌을 던진다.

나의 세상은 길가에 물 웅덩이와 같아서, 작은 빗방울에도 파장을 일으키는 얕고 연약한 세상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내가 자라고 내게 익숙한 곳이 아니다.

피부색, 언어, 문화 그리고 사계절 빛깔과 시간의 속도마저 다른 곳이다.


이 곳에서 나는 나의 열정 넘치던 과거를 회상하곤 한다.

지금 나의 일상은 너무도 잔잔하고, 고요해서

나라는 사람을 정의 내리려 한다면, 20대의 나와 30대의 나는 너무도 괴리가 크다.


내게 평화로운 시간을 허락하심에 감사하다.

이 평화로움이 깨질까 가끔 두렵기도 했다.

다시,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로 놓일까 걱정하기도 했고, 조금은 나태한 지금의 시간이 내가 누려도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오전 5시 30분, 눈을 비비고 화장실에 들어가 칫솔에 치약을 묻혀 무의식이 지배하는 양치질을 하면서,

왼손에 스마트폰 뉴스를 제일 먼저 검색한다. 내가 눈을 뜨고 제일 처음 하는 의식의 행동이다.

나는 한국보다 7시간 늦게 하루를 맞이하면서, 매일 한국의 오늘을 검색한다.

나는 그 세계에 존재하지 않지만, 내 의식은 그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과 세계의 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작은 세상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요동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한국의 정치, 호주와 브라질에서의 거대한 화재, 세상 곳곳에 일어나는 테러와 사건들....


나는 매일 애써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외면하고, 요동쳤던 마음을 달래고 눈을 가려 하루를 시작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모든 환경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며 사는 까다로운 성격의 사람에겐

'괜찮아, 걱정 말아'라고 토닥여주는 내 남편의 존재가 늘 감사하기만 하다.

'그래, 괜찮을 거야 그리고 지금 내게 닥친 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자'


트럼트 대통령이 세계정세에 미치는 영향과 중국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관계 등

세상의 거대한 흐름과 소용돌이는 큰 태풍과 같아 보인다.


길가의 작은 물웅덩이는 이 태풍과는 그다지 밀접한 관련이 없는 삶이라 생각했다.

지구 상의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 중  78억 분의 1의 존재인 내 삶에 영향을 미치리라 상상도 못 했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내 남편이 출장으로 머물고 있는 이라크 에르빌에 미사일을 쏘았고, 나는 그제야 내 작은 세계가 전혀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던 태풍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나의 작은 세계는 흔들렸고, 불안했고, 두려웠다.


매일 오직 내 가족의 안전만 허락해달라 간절히 기도했던 내 삶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어제까지 나는 세상의 태풍과 상관없던 삶에서, 태풍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 어떤 힘으로 버텨내지 못하고 휘둘리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 작은 세상도 결국 거대한 태풍을 이루는 세상의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두려움이 점점 커져 나를 땅 속까지 끌어당기고 있었다.

남편이 안전하게 집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안도감과 서러움에 남편을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울었다.

어쩌면 남편을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 내 남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미약하고 힘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에 대한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엄청난 두려움을 경험하였다. 나의 두려움은 결국 무지함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한 무지함. 세상을 제대로 알려고 애쓰지 않았던 무관심에서 나는 무지하게 되었고, 나의 무지함은 나를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만일, 내가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았더라면, 그리고 그들의 미사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했더라면, 나는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나의 삶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관심함이 스스로 명철하지 못한 인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하였다.

눈과 귀를 막은 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삶인지 세상이 내게 회초리를 치는 것 같았다.


나는 비록 미약한 존재이나, 내가 세상을 지금보다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세상과 유기적인 존재임을 인식하고 행동한다면 나는 다시 태풍 속에 들어간다 하더라고 내 삶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내게 물웅덩이에서 벗어나라 외치고 있었다.


한스 라칸의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달라고 말했다'에서 신의 존재인 아벨이 유일한 계명을 야콥에게 준다.

'무관심하지 말라'

 사람들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동물들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식물과 이 지구에 무관심하지 말고, 굶주림과 고통에 무관심하지 말고, 전쟁과 불의에 무관심하지 말고, 환경 파괴를 비롯해 인류 스스로를 망치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거지. 이 복음의 의미는 내가 어린양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결코 영웅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거야.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인간들이 마치이지 구상의 모든 문제들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지.


오늘도 나는 매일 보도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동향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가 있는 세상에 영향을 미칠까 나는 또 두려워하였다. 나는 이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내가 있는 곳은 어떤 상황인가,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영향이 없을까 또 두려워하였다.


두려움이 시작되자, 나는 나의 무지함을 경계하였다.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세상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리고 나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관심이 객관적 사실에 주목하게 하였고,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하였다. 관심이 두려움을 밀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여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동물들에게 무관심하여 동물들이 사라져가고, 굶주림과 고통에 무관심하여 힘없고 연약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고, 자연에 무관심하여 세상의 허파가 사라져가는 것에 방관하고 있다. 인간은 환경에 무관심하여 공기와 물을 오염시켰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했고, 지구가 죽어가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결국 인류 스스로를 망치는 모든 것에 우리는 무관심하고 있었다.


아벨의 말처럼, 인간들이 마치 이 지구 상의 모든 문제들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이다.


내 세상에 무관심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당장 행동해야 한다.

나와 같은 작은 세상들이 모여 결국 이 지구를 이루기에 나는 세상에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지로 인한 두려움에 다시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무관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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