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에 입문한 지 6개월이 되었다. 코드를 잡는 손가락은 이제 통증이 덜 느껴진다. 선생님은 손가락을 살피시더니, 굳은살이 잘 생기긴 했는데 일자로 생긴 걸 보니 줄 잡는 각도를 교정해야겠다고 하신다. 안타깝지만 사선 방향으로 굳은살이 생기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아파야 될 거라는데, 이제 이런 날벼락같은 말에도 크게 겁먹지 않게 되었다.
레슨 진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주에 한 곡씩 배우던 패턴에서 한 주에 한 곡을 소화해야 하는 일정으로 바뀌었다. 코드 패턴을 익히는 단계에서 벗어나 곡의 특징적인 주법을 연습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자고 하신다. 그에 따라 내 실력에 비해 레슨 난이도도 높아졌고 연습도 쉬어갈 여지가 없지만, 곡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배우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악기와 함께 연주할 때 통기타는 퍼커션처럼 활용되기도 한단다. 퍼커션이란 북이나 드럼, 심벌즈와 같은 타악기를 말하는 것인데, 기타가 그렇다고? 알고 보면 통기타의 바디를 쳐서 텅텅거리는 소리를 낸다거나 줄을 살짝 건드려서 맑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뮤트한 채로 긁어 멜로디 없이 빈 소리를 내는 기법 등이 꽤 자주 활용된다.
'빈 소리'는 기타 용어로 ‘고스트 노트 ghost note’ 또는 ‘브러싱 톤 brushing tone’이라고 부른다. 유령 음표라는 말도 재미있고 솔질하는 것 같은 음색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선명한 멜로디 소리 대신에 착착거리는 비트만 느껴지도록 연주해서 노이즈로 흥겨운 리듬 베이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고스트 노트’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초급과 중급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이 기법을 배우기 위해 선택한 곡은 혁오의 〈Tomboy〉였다. 이 곡은 피크를 사용해서 시원시원한 느낌으로 연주해야 한다. ‘고스트 노트’ 기법은 금방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내 실력이 중급이 된 건 아니다. 아직 코드 잡기가 어설프고 그래서 맑은 소리가 안 나고, 화음이 예쁘지 않으니 소극적으로 피킹하게 된다. 집에서 연습하면 소음이 신경 쓰여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레슨 후 연습실에 남아서 좀 더 자신감 있는 연주를 시도하는 중이다. 연습 장면을 가끔 영상으로 찍어 보면 문제적 요소가 두루 포착된다. 전체적으로 어정쩡한 자세와 굳은 표정, 어색한 손 모양, 자꾸 틀리는 코드와 늘어지는 박자까지. 기본부터 포인트까지 뭐 하나 제대로 살리는 게 없다. 열댓 번 영상을 찍어도 봐줄만한 게 없다.
그래도 이번 연습이 즐거웠던 건 통기타라는 악기가 알면 알수록 숨은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타악기 없이도 비트를 살리는 맛, 두드리고 긁고 쓰다듬고 튕기는 등 갖가지 접촉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는 통기타야말로 매력이 넘치는 톰보이 같다고 느꼈다. 내게 유독 곁을 내주지 않고 통통 튕기는 것 같지만 계속 가까이 지내보자고, 밀어내도 소용없다고 애꿎은 기타에게 으름장을 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