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코드명 : 기계로 거듭나기

기타 입문기 #10

by 유달리


이번 레슨에서 배운 곡은 윤종신의 원곡을 김영흠과 예빛이 듀엣으로 커버한 〈환생〉이다. 힘을 빼고 담백하게 부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익숙한 곡이면서 멜로디도 심플해서 나와 같은 초급자가 기타로 치기에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적당한 곡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숨은 함정이 있었으니,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바레 코드가 줄줄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바레 코드 barre code 또는 바코드 bar code라고 부르는 이 코드는 왼손 검지로 한 프렛의 모든 줄을 잡은 상태에서 나머지 손가락으로 부들부들 다른 줄을 잡아야 한다.


보통 손끝에 손가락의 모든 힘을 모아 줄을 잡아야 겨우 맑은 소리가 나는데, 바레 코드는 한 손가락으로 대여섯 줄을 다 잡으면서 골고루 힘이 분산되게 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 줄에 눌린 손가락이 욱신거리기만 할 뿐 소리는 맑지가 않고, 나머지 손가락에 줄 힘마저 빠져 버리는 것이다.



〈환생〉에는 바레 코드가 일곱 개나 등장한다. f#7과 Bm7, Cm7 그리고 하이코드로 잡는 C, Cm, C#, D코드까지 정신없이 연이어 이어지다 보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코드를 잡는 속도가 다른 코드보다 현저히 느려져서 더듬거리다 보면 박자는 저 멀리 도망가버린다. 게다가 같은 코드여도 매번 손가락 위치가 달라지고, 눌리지 않아야 할 1번 줄까지 건드려서 잡음이 난다.


선생님은 바레 코드를 잡은 내 손을 보시더니, 손바닥을 세우고 손목을 펴서 손등을 앞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잡아 보라고 하셨다. 그대로 따라 해 보니 1번 줄이 잘못 눌리는 현상이 덜해졌다. 리고 하나의 코드는 언제 어느 곡에서 잡아도 같은 포즈가 되도록 반복 연습을 해야 면서 어려운 코드를 잡을 때 이렇게 생각하라고 하셨다.


나는 코드 잡는 기계다!


온화한 선생님의 말투와 그렇지 못한 멘트 때문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지만, 선생님 말씀은 또 잘 듣는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창문과 방문을 꼭꼭 닫고 연습을 시작했다. 배웠던 요령대로 코드 잡는 연습을 이어갔고, 코드 잡는 기계가 되어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왼손 검지 손가락은 빨갛게 부어오르고 나머지 손끝은 딱딱했다가 너덜너덜했다가 얼얼해지며 난리가 났다. 그래도 인간일 때보다는 참을 만했다.



연습량이 그리 적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진전은 더뎠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이 원망스러웠다. 기타를 잘 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하는 것인가... 잘 돼 가느냐고 묻는 동료들에게 어려움을 토로하며 내 작은 손이 문제라고 또 슬쩍 툴툴대 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냉정하다. "어허,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아시잖아요. 적어도 그런 핑계를 대면 안 되죠." 너무 맞는 말이라 끔했다.


나름대로 자신 있었던 솔로 파트 연주를 들은 남편 달브도 "이거 동요야?"라는 반응이었다. 반주가 없어서 그런가... 비브라토와 슬라이딩을 교묘히 섞어서 수십 번 녹음한 솔로 연주는 그렇게 평가절하되었다. 하아... 인들의 채찍질 덕분에 나는 그저 고개를 떨군 채 다시 연습에 매진하기로 했다. 코드 잡는 기계는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지만, 자꾸 돌리다 보면 제대로 돌아가는 날이 언젠가는 오 않겠는가.



<환생> Cover - 김영흠 & 예빛
동요같다는 <환생> Cover Guitar Solo by @especially



Photo : www.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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