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와 과장의 미러링 효과

기타 입문기 #9

by 유달리


퍼커시브 기법 반주로 날 힘들게 했던 〈Way Back Home〉을 일주일 내내 붙들고 있었다. 평일에는 한 시간, 주말엔 두 시간씩 틈만 나면 기타를 안아 들고 연습을 해도 손에 잘 붙질 않았다. 선생님의 조언대로 원곡의 0.75배속에 맞춰서 반복하여 연습했다. 황했던 손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악보나 기타 줄을 안 보고도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선생님 앞에서도 그럭저럭 반주 연주를 해냈고, 솔로 메인 테마를 배울 차례가 되었다. 멜로디 라인은 심플하지만 여러 핑거 테크닉이 섞여 있어서 악보만 봐도 어지럽다. 줄이 진동하고 있을 때 코드를 잡은 왼손가락을 미끄러뜨려 자연스럽게 음계를 바꾸며 이어주는 슬라이딩 기법은 급하게 소리를 내면 듣기 거북하다. 바쁘지만 아주 여유로운 척을 해야 맛이 산다.


역시 줄을 튕긴 뒤 진동하는 상태에서 다른 코드를 짚어서 은근하게 음을 바꿔주는 해머링은 손가락을 망치로 때리는 듯이 줄을 잡는다는 의미인가 보다. 선생님 시범은 선명한데 내 해머링은 흐리멍텅이다. 이어서 마지막 음에 비브라토를 만들어내는 기법까지 배웠다. 코드를 잡은 줄을 위아래로 움직여 진동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비브라토 음을 듣고 나니 단일한 음은 싱겁게 느껴졌다. 생님의 안내로 그동안은 듣지 못했던, 미세하지만 중요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온갖 어설픈 테크닉이 종합된 내 연주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뚝뚝 끊긴다. 이럴 때 선생님은 내 연주를 흉내 내서 보여주곤 하는데, 그에 앞서 정중하게 “제가 과장해서 달리 님처럼 연주해 볼게요”라고 말씀하신다. 상처받지 말라는 배려의 말인데도 그 말을 듣자마자 벌써 가슴께가 아픈 것 같다. 미러링 연주를 들으면 서툰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내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때마다 얼굴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창피함을 견디고 문제를 파악했으니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차근차근 음을 짚으며 교정해 나갔다. 집에서 예습했을 때는 음색이 산만했는데, 알려주신 대로 오른손 피킹하는 바로 윗줄을 엄지로 잡아주니까 지저분한 음이 잡히면서 소리가 맑아졌다. 악보에도 없고 온라인 강의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이런 요령들이 초보자의 연주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준다.



수업을 마치고 일주일 동안 솔로와 반주를 각각 연습한 다음, 솔로 연주를 녹음해서 들어보았다. 많이 나아졌지만 녹음 파일로 들어보니 박자가 제멋대로인 걸 알 수 있었다. 최대한 정박에 맞춰 녹음, 재녹음한 것을 플레이해놓고 반주를 라이브로 연주하며 셀프 합주를 해보았다. 으흠,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노력한 만큼의 진전은 느껴졌다.


다시 돌아온 솔로 파트 숙제 검사에서 잘했다는 칭찬의 말을 들었다. 녹음 연주를 들어보니 박자가 너무 맞지 않더라고 토로했더니 선생님은 놀라워했다. 보통 그런 시도는 잘하지 않는다고, 녹음해서 연습해오는 유일한 학생이라고 하신 말씀은 아픈 손가락에 바셀린을 발라주는 것 같았다. 첫 반주 수업 때 몰아쳤던 다그침의 서러움과 미러링 연주의 부끄러움까지도 모두 치유된 것 같았다.


두 시간의 수업과 2주 동안의 맹연습 그리고 그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던 감정들.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한 곡이 또 나의 악보에 담겼고 몸에 새겨졌다. 새로운 곡을 시작했으니 또 숱한 절망이 예고되어 있음에도 지난 시간과는 다르게 어깨에 걸친 기타는 가뿐했고, 기분은 퍼커시브 연주처럼 흥이 통통 차오르고 있었다.






Photo : pixabay.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묵직한 기타를 내려놓을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