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기

뒤에 스탄이 붙은 미지의 나라들을 여행하며 깨닫게 된 것들

by 용진캠프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미녀의 나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검색해보면 우크라이나와 더불어 ‘김태희가 밭 매는 나라’로 표현한 글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우즈베키스탄보다 한해 먼저 생방송으로 시청자분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했던 나라였고, 이런 표현에 어울리는 외모의 여성분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그 기억을 갖고 있던 시청자분들은 우즈베키스탄 역시 소문이 사실인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여행 국가 별로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방향을 다르게 잡고 여행 생방송을 만들었는데,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시청자분들의 의견에 따라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현지에서 찾아보는 걸 토대로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보았다. 타슈켄트 도심지로 가는 도중 몇몇 우즈베키스탄 몇몇 여성들을 인터뷰하게 되었는데, 시청자분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여기가 정말 김태희가 밭을 매는 나라냐는 것이었다. “그럼 확실히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여대 졸업식 장소로 가보죠.” 이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여행 생방송 시청자분들이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어졌다. 요즘 10대, 20대 친구들 사이에 ‘얼평’이니 ‘얼짱’이니 하는 용어가 유행이다. 얼평은 친구의 얼굴을 평가하는 걸 말하고, 얼짱은 얼굴이 짱 예쁘거나 잘 생긴 걸 뜻한단다. 이렇게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할수록 인간 내면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경시될 거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아무리 껍데기가 번지르르하고 아름다워도 인성이 나쁘면 오히려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음에도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다. 타슈켄트 여대생들이 졸업식 하는 장소에 가보니 환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진심으로 반겨주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그녀들의 외모가 한국 여성들처럼 뛰어나지 않았고, 입고 있는 옷은 우리나라 8,90년대 복고풍 스타일이었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이 그녀들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먼 이국에서 홀로 방문한 한국인을 친구처럼 살갑게 대해주었다. 친절한 그녀들은 다들 얼굴이 참 밝았다. 이 친구들 덕분에 행복한 마음으로 충만해졌다. 그날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녀들이 외모를 떠나 얼마나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함께 했던 수많은 시청자분들과 함께 이렇게 결론 내렸다. ‘우즈베키스탄은 김태희가 밭 매는 곳이 맞다.’ 우리는 그곳에서 세상에 필요한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13.jpg 유튜브 '세계일주 용진캠프' 생방송 여행기 우즈베키스탄 4편에서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공항 출국장을 나서자 차가운 칼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손은 또 어찌나 시리던지 상상을 초월한 추위에 두꺼운 장갑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생방송 여정을 소화했는데 그곳보다도 더 추운 것 같았다. 아니 나 다를까 현재 날씨를 검색해보니, 그 전날까지 있었던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온도는 영하 37도임에 반해 이곳은 영하 40도였다. 물론 두 군대의 온도 모두 대한민국 역사 상 단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는 온도였다. 당시 두 군데 모두 남극 세종기지보다 더 추운 온도였는데, 두 곳 모두 격해도가 세종기지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격해도는 바닷물에서 멀리 떨어진 정도를 뜻하는데 격해도가 클수록 겨울에 더 춥다. 왜냐면 바닷물보다 땅덩어리의 흙이 비열이 더 작기 때문이다. (비열이 작으면 단위 질량에 동일한 열량을 가해도 온도가 더 많이 올라가고, 단위 질량에 동일한 열량이 손실돼도 온도가 더 많이 내려간다.) 매서운 추위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시내의 한 호스텔로 향했다. 가는 내내 도시가 직사각형의 블록들 안에 잘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마어마하게 큰 거리에 사람은커녕 자동차도 거의 보이지 않기에 버스에 같이 있던 현지인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는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추워서 다들 회사나 집에 있을 거라고 했다. 여기 사는 주민들 역시 적응하기 힘든 겨울 강추위인가 보다 싶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카자흐스탄에서 실제로 겨울에 동사자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고 했다. 이런 맹추위에 어떻게 카자흐스탄 여행 생방송을 이어갈까에 대해 시청자분들과 고민을 나누며 누르술탄 시내의 한 유명 식당에서 말고기를 먹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말고기가 엄청 비싸다고 하던데 여기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3,000원이면 말고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먹방을 한참 하고 있었는데, 제이라는 카자흐스탄 친구가 다가왔다. 자신이 한양대학교에서 1학기를 교환학생으로 다녀와서 한국어를 아는데, 카자흐스탄 한복판에서 시청자분들과 한국어로 소통하고 있는 게 신기했단다. 금세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내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승용차로 카자흐스탄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오! 밖에는 너무 추웠었는데 정말 잘 됐다.’ 이런 현지 친구들을 만나 국제교류를 해보면 현지인들의 시각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 바라볼 기회를 가져서 좋았다.

14.jpg 유튜브 '세계일주 용진 캠프' 생방송 여행기 카자흐스탄 1편에서


제이는 영어회화 실력이 상당히 수준급이었는데 미국의 명문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공부 중이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카자흐스탄 굴지의 회사 사장이었는데 아버지를 돕기 위해 방학을 맞아 고국으로 잠깐 와 있는 거였다. 내가 토플 공부할 때나 들었던 어려운 고급 어휘를 쉽게 구사하는 제이에게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팁을 묻자, 그는 오히려 반문했다. “내가 교환학생 시절 한국에서 머물렀을 때, 한국인들이 영어를 대부분 잘 못 했었던 걸로 기억해. 그런데 넌 영어를 잘 하네? 지금 보고 계시는 시청자분들은 오히려 같은 한국인인 네가 영어를 잘하는 이유가 궁금할 거 같은데, 비결이 뭐야?” 이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난 영어가 수준급도 아니고 이 친구처럼 고급 어휘를 편하게 구사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은 할 수 있다. 난 집안 형편 상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외국으로 유학 한 번 가보지 않았지만, 영어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이 친구의 질문에 대한 다음 답변은 외국인들과 영어로 소통해보고 싶은 모든 독자분들을 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처럼 영어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건 말이지...” 친구의 눈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 친구들이 자유여행으로 혼자 왔다가도 결국 같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 몰려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어.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소심해서 그러는 거라고 하는데, 사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보는 걸 머뭇거리거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외국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완벽히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사실 영어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모국어가 아니거든. 영어를 써보면서 틀려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손짓발짓을 해보든 뭐라도 계속 외국인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부딪혀봐야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걷어낼 수 있고 점점 실력도 향상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집안 사정이 넉넉해서 학창 시절부터 영어권 나라로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지 않는 이상 영어를 능통하게 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힘들 거다. 나 역시도 서울교육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어린 나이부터 영어권 제도로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나본 경험이 없는 한국 토박이들이 많다. 사실 우리가 공교육 안에서 배우는 영어는 실생활 영어보다는 문법 위주의 영어였다. 문법이 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히는 바람에 의사소통을 할 때도 문법적으로 완벽해야 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정작 한국어로 친구들과 대화할 때 역시 완벽하게 어법을 지키며 말하고 있는가? 구어체는 엄밀히 문어체와 다르다. 어법이 틀려도 괜찮고 제스처를 사용해도 무방하니 지나가다가 외국인을 보면 말을 걸어봐라. 영어는 그렇게 실전으로 부딪히면서 해야 실생활 의사소통 능력이 가장 빠르게 향상되는 법이다. 또 그 외국 친구가 내가 만난 제이처럼 좋은 국제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인맥의 나무는 스스로 열리지 않는다. 내가 먼저 문을 두드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제이의 승용차를 타고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스크 ‘하즈렛 술탄 모스크’, 가장 거대한 쇼핑센터 ‘한 샤트르’, 아스타나의 대표 랜드마크 ‘바이쩨렉’, 카자흐스탄 최고의 국립대 중 하나인 ‘나자르바예프 대학교’ 등을 이동하며 함께 구경했다. 하즈렛 술탄 모스크는 외관부터 너무 웅장해서 놀랐는데 내부에 들어가자 주무시는 분들이 계셨다. 제이는 이곳이 시민들을 위해 24시간 개방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돈 떨어지면 여기서 자고 가도 되는 거야?” 나의 장난에 제이가 폭소했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해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말 되는데? 배낭여행 온 외국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를 거 없잖아.” 한 샤트르는 세계 최대 크기의 천막 모양 건물이라고 했다. 이름 역시 ‘왕의 천막’이다. 이 안에 쇼핑센터, 영화관, 레스토랑 등이 있었는데 우린 여기서 카자흐스탄 전통요리 먹방을 했다. 여기 말고기 요리는 정말 맛있어서 감탄하고 있었는데, 재밌는 방송 장면이 펼쳐졌다. 제이가 한양대 교환 학생 할 때 만났던 한국인 친구가 아프리카TV에서 제이가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제이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낸 거다. 제이는 어찌나 신기해하던지 기억에 선하다. 지구는 그렇게 온라인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하나가 되고 있었다. 바이쩨렉 타워는 카자흐스탄의 오늘과 내일을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생명의 나무를 형상화한 건물로 우리나라로 치면 남산타워 같은 곳이다. 이곳 전망대에 올라가면 계획도시 누르술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 한가운데 카자흐스탄의 국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의 손도장이 전시되어 있어서 이걸 만지며 기도하면 소망을 이뤄준다는 속설이 있다. 이렇게 제이는 우리(혼자 여행하는 게 아닌 시청자분들과 함께 하기에)에게 방문했던 모든 곳을 현지인의 관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설명해주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나자르바예프 대학교였다. 이 대학교는 큰 부지에 세련된 현대식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메인 빌딩에 들어가니 마치 롯데월드 거대한 유리 돔 아래 여러 건물들이 들어가 있는 것같이 느껴졌는데 각각의 건물들은 각 학과 건물이라고 했다. 엄청난 규모와 아름답게 지어진 건물들에 잠시 멍 때리고 있자, 한 무리의 대학교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다. 경제학과 소속의 여대생들이었는데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정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에는 한국어학과가 따로 있고 한국 출신 교수들도 있다고 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이곳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제이의 한 친구가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신나서 자신의 대학교 곳곳을 소개해줬다. 덕분에 우리는 카자흐스탄의 서울대학교 격이라는 이곳을 두루 탐방할 수 있었다. 학교를 여기저기 탐방하던 중 오랫동안 이 대학교 정치학과에 재직 중이시던 한국인 교수님을 찾아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교수님은 카자흐스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알려주셨다. 이 대학교가 이름을 따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무려 30년 가까이 집권 통치하고 있다고 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2019년 3월부로 대통령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직접 투표임에도 강한 독재다 보니 야당은 거의 명분이고 거의 80퍼센트, 90퍼센트 가까운 지지율로 계속 연임하고 있다는 거다. 왜 학교 시설이 이처럼 훌륭한지 알 것 같았다. 지금도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그를 ‘엘바시’ 즉, 국부로 받들고 존경하는 분위기라고 하는데,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처럼 그 나라 특유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국민을 대표하는 한 사람의 나라를 생각하는 헌신이 긍정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듯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훌륭한 마인드에 출중한 통치 능력의 대통령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을까? 좌우로 편 나눠 내가 맞고 너는 틀리네 하며 서로 뭐라도 헐뜯으려 하는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어떤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을 하든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때쯤엔 레임덕으로 여지없이 반대 정당에게 공격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리고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은 그게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걸 모르고 끊임없이 전임 대통령 탓하고 그들의 위신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근래 계속해서 이전 대통령들이 다음 정권에서 감옥을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이해타산이 다른 집단은 있기 마련이기에 그들에 의해 깎아내려질 것이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외부로 탓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헐뜯고 욕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내로남불 자신을 감싸고 타인을 욕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조국이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 돌아보며 타인의 장점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좋은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

15.jpg 유튜브 '세계일주 용진캠프' 생방송 여행기 카자흐스탄 4편에서



※ 다음 챕터에 계속 이어 나가겠습니다.


카카오 브런치 작가이자 여행 유튜버 세계일주 용진캠프는
현재까지 6대륙 101개국 세계여행 중입니다.


출판 및 강연 문의 : especialo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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