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해 별글이 Jul 07. 2023

슬기로운 입원 생활

시련 속에서 찾는 행복

어떤 환경에 놓이든 인간은 그 속에서 자기 몫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로고 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린은 죽음의 연기가 피어오르던 아우슈비츠에도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있다고 증언한다. 결국 시련 속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고귀한 자유라고 말한다.


그럼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한 행복을 매번 알아볼 수 있는 기민한 눈은 어떻데 트일까. 죽음이 코앞까지 닥쳐있는 인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의하면 시련을 경멸하지 않고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의지라고 말한다.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의지를 보이란 말이겠지. 혹시 알까, 그 의지가 지구의 운명을 바꿀지.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나도 행복의 빈도를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꼭 내 몫의 행복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어떤 일도 좋은 기억으로 남겨 놓기로 마음먹었다.

링거줄 덕분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꽤 멀리 나온 산책길, 성가신 링거줄이 수액 팩에서 빠져 바닥에 나동그라졌을 때, 눈치 없이 부슬부슬 쏟아지는 수액 팩을 뒤집어 들고 진짜 괜찮은 마음으로 유아용 휠체어를 밀었다. 습한 공기에 몸이 눅진한데 강의 손등에 꽂힌 링거줄에 역류하는 피를 보며 미친년이 널을 뛰듯 내달렸다. 미래의 내가 이날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상상을 하니 꽤 기분이 좋았다.​


코가 꽉 막힌 강이 4인실, 가득 찬 병실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지만 좁아터지고 비싼 1인실 대기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입원하고 본격적인 항생제 치료가 시작되며 더없이 예민해진 장으로 여러모로 힘들어하는 강 앞에서 짜증 나는 얼굴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링거 줄을 꼽고있는 아이를 데리고 4인실의 화장실을 들고 날기가 쉽지 않지만 나는 미래의 내게 줄 대견함이란 선물을 하나씩 마련하며 강과 함께 이 시련을 담담하게 임하고 있다.

벌써 집에 가고 싶은 강을 위해 비누방울이란 행복을 찾아준다.

아마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을 먹고 했으면 억울했으리라. 오직 나를 위해 찾는 행복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 든다. 그래도 강의 코골이는 어떻게 해결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방학 놀면 뭐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