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추억 만들기. 체력은 덤.
자전거를 함께 타고 싶다는 겸을 위해 평소 눈여겨보던 자전거를 장만했다. 남편은 말할 수 없는 치명적 질환으로 자전거 타기가 괴롭다고 했고 강은 아직 너무 어림으로 나만 함께 달려 줄 수 있는 까닭이었다. 왕년에 자전거 좀 타던 능력이 있어 다행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주말이면 나와 동생을 사직 운동장으로 데려가 대여한 자전거를 타게 해 주셨다. 실컷 타다 어느 때면 뜨거운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튀김우동사발면과 나무젓가락을 건넸고 우리 셋은 그 근처 어딘가에 앉아 먹었다. 꽤 컸을 때인 것 같은데 어느 계절에 얼마나 자주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배운 자전거와 튀김우동은 내 인생이란 다이어리에 홀로그램 스티커처럼 붙어 있다.
겸의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체력 증진을 목표로 세우고 어제 새로 산 자전거를 처음으로 끌고 나갔다. 몸은 그때보다 많이 낡았지만 마음만은 그 때나 지금이나 설레며 반짝반짝하는 것이 매 한 가지. 십 대 언저리의 나로 돌아가 겸과 함께 페달을 밟았다. 더워서 못 탈 거라고 진저리 치던 친구들의 말을 비웃듯 시원한 바람이 흘러넘쳤고 우리는 그 유쾌한 흐름 사이를 가르며 달렸다. 무겁게만 보이던 구름 잔뜩 낀 하늘은 달리는 우리에게 커다란 그늘막이 되어 주었다.
도착한 곳엔 편의점이나 슈퍼 대신 카페가 있으므로 아쉽지만 튀김 우동 재연은 할 수 없었다. 대신 각자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과 얼음 반만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둘 다 말없이 들이키며 눈 맞춤만 해대던 그 시간을 어떤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겸의 뒤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 오늘을 새긴다. 혹여 이 길을 혼자 달리게 되는 날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서.
곧 사춘기라는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겸. 그래서 그전까지 어떻게든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고 마음먹은 나.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인 나를 위해서 먹은 마음이다. 언젠가 멀어지는 뒷모습에 미소 띤 얼굴로 냉정한 사랑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내일도 나간다. 비록 목감기로 목소리를 잃고 온몸이 쑤시는 몸살이 왔지만 자전거에 올라타는 순간 다 잊을 통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