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마른 엄마

그래도 잠은 좀 주무세요.

by 별글이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면서 기쁨만큼 부담이 들러붙었다. 평생 글쓰기를 놓아 본 적 없지만 그래 봤자 일기나 쓰던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럴 수밖에. 물론 나의 일기에 위로받았다는 반응이 적잖이 있었지만 글쓰기의 기술을 배워 본 적도 다독을 한 것도 감성이 충만한 것도 아니니 꿈을 이루기 위한 밑천 대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글쓰기에 당위적인 글 읽기를 절절히 느끼며 미라클 모닝을 다시 한번 마음먹는다. 오늘 아침 기적 같은 기상 시간은 5시 40분!! 아침 루틴(양치와 물 마시기)을 간단히 진행하고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님의 이야기를 펼쳤다. 분명 주옥같은 문장들이 쏟아지는 책인데 집중이 오리무중이다.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지만 사실 5시 40분에 기상할 수 있을 만큼 이른 시간 잠을 청하지 않았으므로 어쩜 당연한 이유였다. 특히 청개구리 같은 나의 수면 패턴은 적어도 30년, 동틀 녘이면 어김없이 필름 끊어내듯 까무룩 잠을 공급한다. 즉, 오늘도 꿀잠에 빠졌단 소리. 언제 감았는지도 모를 눈을 뜨니 마지노선 8시 10분. 엄마, 며느리, 아내의 인생을 시작하라고 시계가 재촉한다. 원성을 높여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


처음엔 밤도깨비가 되어 볼까 싶었지만 동창이 밝은 동안 성격은 포악해지고 할 일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포악한 성격이 바깥양반은 물론 시어머니와 아이들에게까지 미치면서 일찍 자면 좋은 점이나 일찍 자야 함의 논설을 읽으며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생은 하늘 아래 같은 고집으로 나를 이길 자 없으리. 푹 자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자기 싫은 나의 마음을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비생산적 내 잠의 행보를 위해 최후의 꼼수를 찾아본다. 1~2시간 자도 원하는 시간에 벌떡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마법의 꼼수.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도 아니면서)


사실 잠에 인색한 이유를 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24시간 중 단 1초도 허락되지 않는 엄마인 나는 잠을 자는 순간에도 찾아데는 두 아이들 때문에 단잠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꿈이라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외면한 채 오롯이 엄마의 삶에 집중하던 날들이 있었다. 부부로서 한 이불을 덮기보다 아이들 사이에 부대껴 자는 엄마가 일상이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보다 아이들의 욕구에 더 집중했다. 그럼 나의 삶이 행복했을까? 식모와 보모 그 어딘가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는 고허함이 밤마다 쏟아졌고 텅 빈 마음을 보상하기 위해 분에 넘치는 소비생활로 버텼다. 껍데기만 나 일 뿐, 속엔 내가 없었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핑계로 나를 외면하고 산 대가였다.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 뒤로 책을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남의 글을 읽다 보니 다시 무엇이라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쏟아졌다. 집중의 시간이 필요했고 이것이 내가 단잠을 팔고 밤을 선택한 이유다.


누군가 보기엔 나의 선택이 아주 미련해 보일 테다. 어쩌면 주제도 모르고 껍죽대는 아줌마의 흔해 빠진 감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유일하게 인정받았던 재능으로 가꿔 온 작가라는 꿈을 이제는 이루어주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6살 강은 짜증을 내며 왼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꼭 이뤄주고 싶다.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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