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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Jan 02. 2023

새해로 건너오며

2022년에게 고마움을 표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 2022년에 있었던 나는 이제 막 23년이란 시간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알고 있다. 어느 시간이 끝나고 새로이 시작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여기는 삶이라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완성해 나가는 여정의 어디쯤이며 점점이 모두 이어져 있음을 말이다. 그러니 2022년에대한 거창한 이별과 2023년에 대한 굳은 다짐은 생략하려고 한다.


다만 이제 막 지나간 2022년에 고마운 것이 하나 있다. 유난히 지난했던 덕분에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나를 버린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제발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새해를 바라보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삶의 판타지를 꿈꾸다 실망하며 우울해 하던 날들도 있었다. 지어야 할 삶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운가 한탄하며 살아있음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살아있었다. 나락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해내며 강단을 키우고, 우울의 그물을 끊고 나올 수 있는 무기를 찾고, 돌덩이같이 무거운 삶의 무게를 버텨 힘을 기르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매 순간 바람처럼 불어오는 삶의 난제로 또 무한정 흔들리며 살아 갈 테다. 다만 이제는 안다. 불어 드는 바람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곧은 심지에 밝혀 둔 불을 계속 타오르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 빛을 보며 길을 찾고 나를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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