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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Feb 18. 2023

반찬하는 날

행복을 퍼먹는 날

남편이 주말인 오늘 탁구 동호회 월례모임에 참여한다는 말에 기분이 안좋았다. 왜 하필 주말인건가. 왜 하필 냉장고는 텅텅 비어 나는 일을 해야 하는가. 쓴 웃음으로 남편을 보내고 피곤한 몸을 잠시 눕혔다 일어났다.


시근덕 시근덕. 코 끝에서 시근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는 휴일도 없냐며 앙배추와 당근 양파에 칼을 대고 화풀이를 한다. 에잇 짜증!


하기 싫었음에도 장 봐둔 재료들을 모두 반찬으로 변신 시키기 시작했다. 채 썬 채소는 굵은 소금을 쳐 나른하게 저리고, 감자와 마카로니는 보글보글 끓는 물에 폭폭 삶았다. 계란은 아무리 샐러드에 넣어도 반숙이 좋으니 인덕션의 타이머는 6분으로 설정한다.


푹 익은 감자와 푸딩처럼 익은 익은 반숙 계란에 설탕, 후추를 넣고 강이에게 으깨달라 부탁한다. 부드럽게 익힌 마카로니는 준비한 채소와 마요네즈 후추를 넣고 겸에게 섞어달라고 부탁한다. 아이들은 그 정도 작업만으로 요리한다고 즐거워 한다. 귀여운 아가들 덕에 달궈진 머리 뚜껑의 달그락 소리가 줄어든다.


콩나물, 숙주나물, 시금치를 무치려고 할 무렵 남편이 들어온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저 얼굴. 툴툴툴툴 거리는 나를 온 마음으로 위해 주니 풀어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먹고 싶다던 두부 조림과 된장찌개를 준비한다.


물기 뺀 두부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소금을 대충 치고 전분가루를 묻혀 십분 방치, 그러는 동안 육수 600ml에 된장을 풀고 두부를 넣어 불을 올린다. 스탠 후라이팬에 열을 올리고 기름을 둘러 지지듯 구워내고 바글바글 끓여낸 간장 양념에 조려내니 윤기 줄줄 흐르는 두부 강정이 완성된다.


두부와 함께 부글거리는 된장 육수는 애호박, 양송이, 양파를 넣고 한 번 더 끓인 다음 깨끗이 씻은 동죽과 파를 넣어 끓이다. 이렇게 한동안 나의 끼니 걱정을 덜어 줄 냉장고 반찬 특공대가 완성 된다.


아이들과 어머님 남편과 둘러앉아 모처럼 갖지은 밥과 반찬을 먹는다. 가족들 만면에 웃음이 가득. 가뜩이나 탁구치고 배고픈 남편은 연신 행복하다며 밥을 먹는다. 행복을 퍼먹은 저녁 식탁. 이 맛에 시근덕 시근덕하면서 하게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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