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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Feb 19. 2023

반짝반짝 새 운동화

엄마는 기도합니다.

얼마 전 강이 긴 나들이로 등산을 다녀왔다. 산에 갈 때는 운동화를 신어야 하므로 겨우내 신던 털신 대신 작년 내내 신던 빨간 운동화를 신겨 터전으로 보냈다. 그런데 하원길, 강이 다리가 아프다며 안아달라고 했다. 정상을 찍고 돌아와서 피곤한가 싶었는데 샤워하면서 기함하는 강을 보며 알았다. 작은 운동화를 신고 등산한 탓에 양 발의 뒤꿈치가 다 까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꾹 참고 정상을 올랐을 강을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른 씻겨 안고 나와서는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겨우내 땅 속으로 뿌리내린 식물들이 봄을 준비하며 소리 없이 자라듯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강은 그날 저녁 자신이 터전에서 대장인 알찬이가 된다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닮은 여린 아가는 어느덧 7년이란 역사를 담은 소우주가 되어 있었다. 이보다 더 경이로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오늘 백화점으로 가서 아이들 신발을 산다. 각자 원하는 디자인으로 가을까지 신을 수 있는 넉넉하지만 편한 싸이즈로를 신어 보고 선택하도록 한다. 겸과 강은 항상 취향이 확고하므로 내 틀에 맞지 않아도 눈 감아야 한다. 그게 엄마가 할 도리임을 안다.


겸과 강이 스스로 가꿔나가는 자신의 소우주를 보며 살 수 있는 엄마라서 행복하다. 태어나는 빅뱅 이후 팽창하는 자신의 공간 안에 별 하나를 붙일 때마다 함께 기뻐해 주고 행성 하나를 만들 때마다 축하해 주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 세상의 한계와 닫힌 문 앞에서 뒤돌아 보았을 때 엄마와 아빠가 있음을 알아주고 그 힘으로 한계를 넘어가고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부모로서 더 바랄 것이 있을까.


겸과 강의 새 운동화가 현관에서 반짝거린다. 곧 봄이 오면 아이들의 두 발을 편히 보좌해 줄 새 운동화 두 켤레. 그 신발을 보며 기도한다. 험난한 세상에 쿠션 좋은 운동화가 되어줄 엄마가 여기 있음을 기억하는 아이들로 자라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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